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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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순수하고 단순하며 쉽게 잘 잊는다. 흔히 어린 아이에게 갖는 편견이다. 하지만 때론 아이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때론 어른보다 깊고 허를 찌르는 생각과 행동에 놀랄 때도 많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나는 환경과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엘리는, 좋은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어릴 적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야 할 부모는 마약에 깊게 물들어있고 하나 있는 형은 말을 잃고 허공에 글을 쓰곤 한다. 곁에 있어주는 이웃 할아버지는 감옥에 수감된 경험까지 있다. 결코 건강한 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이 곳에서 엘리는 어떻게 자라날까?



앞서 말했듯, 엘리의 환경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식을 가르쳐 줄 선생님도, 가정교육을 해 줄 부모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는 선택지가 없다. 어린 그들에겐 타락과 나태한 삶이 너무도 가까이 있었다. 언제든 손만 뻗으면 마약을 하고 범죄에 발을 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와 오거스트는 그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옳은 사람인지 생각하고 옳은 행동을 하려 노력한다. 주변에 '옳은' 행동을 알려줄 사람이 있긴 커녕, 온통 나쁜 것만 일삼는 어른들만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몇 번이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바르게 살려고 하는 것은 어렵다. 아이는 든든하고 따뜻한 가족의 정보다 불안하고 금세 무너져내릴 가정 속에서 자랐고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포기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을 것이다. 주변에 또래도 없어 소통과 배려를 배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엘리는 이 상황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꿋꿋이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길을 걸어나간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는 하나하나 부딪히고 넘으며 성장해나간다. 어린 아이가 어려움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슴아픈 일이다. 그때문에 엘린이 일찍 철 든 모습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 나이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며 개구쟁이처럼 돌아다닐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그 모습에 마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의라임오렌지나무'에서 제제는 더 어린 나이이다. 제제는 폭력과 가난 속에 속절없이 휘둘리기만 했다. 미처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어린 몸으로 그들이 보는 세상과 온전히 맞서 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이야기가 뉴스에 번번이 나오는데 대체 아이들에게 어떤 잘못이 있어 이런 아픔을 감당하게 하는 것일까? 모든 어린아이들이 따뜻한 보살핌과 든든한 버팀목 안에서 올바르게 자라났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더이상 이런 슬픈 환경 때문에 일찍 철드는 아이들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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