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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평점 :

한껏 멋낸 정장 차림에 넓은 홀이 있는 공연장에 간다. 주변은 같은 정장 차림의 중,노년 사람들이 모여있다. 곧 주변이 어두워지고 무대에 빛이 내리며 지휘자가 인사를 한다. 그 뒤 질서정연하게 앉아 지휘를 기다리는 많은연주자들이 있다. 엄숙하고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선율 하나하나를 느끼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클래식이다. 내가 아는 음악가라곤 베토벤, 바흐 정도이고 음악도 초등학교 때 필수 과목으로 배웠던 기억밖에는 없다. 이 정도로 클래식은 나와 접하기도 어렵고 연이 없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직관적인 제목의 책은 그런 나를 겨냥하는 듯 했고 정말 클래식이 공연장 외에 다른 곳에서 흔히 쓰이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클래식이 쓰이는 여러 예시를 소개해주고 있다. 때론 그 예시에 쓰인 음악이 클래식이었구나하고 그 음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어떤 음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따로 검색할 필요없이 글 옆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맥이 끊기지 않아 이런 친절한 장치가 고마웠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이런 곳에 클래식이 쓰이는구나, 느낄 뿐만 아니라 이미 내가 클래식을 자주 접하고 심지어 익숙하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어릴 적 친구들끼리 많이 부르고 놀았던 '엘리제를 위하여', 지하철 환승곡으로 익숙한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6번', 피겨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널리 알렸던 김연아의 무대 배경음악까지. 알고보면 곳곳에 클래식이 안 쓰인 곳이 없다.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 매체 속에 클래식이 삽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식음료 등에도 클래식 용어가 녹아있기도 한다.
또한 클래식은 잔잔하고 가벼운 선율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엑스맨', '제5원소' 등에 쓰이는 클래식을 보면 웅장하고 인상깊은 곡조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곳곳에 클래식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갔다.
특히 음악은 장르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상관없이 클래식이 녹아있는 것도 놀랍다. 독특한 음과 공감을 일으키는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악동뮤지션의 곡 중, '오랜 날 오랜 밤'도 캐논 변주곡 멜로디가 들리며 휘성의 '사랑은 맛있다'에도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가 사용되었다니 이제 그 노래들을 들을 때 클래식이 더 잘 들릴 것 같다.
여태 나도 모르는 새에 다양하게 클래식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보고 즐기는 모든 곳에 클래식을 넣음으로써 더 풍부하고 감정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클래식을 더 많이 배워 클래식이 언제어디서든 나와도 바로 캐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