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확고한 기준으로 가치를 소비하는 이 시대의 생활비법
안희진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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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다소 격한 듯한 제목이 눈에 띈다. 잘 샀다는 건 어떻게 판단할까? 소비를 한 이후로도 내가 오랫동안 쓰고 볼 때마다 만족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소비를 할 때도 한 후에도 항상 생각이 많았다. 합리적인 가격이었는지,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지, 나랑 어울리는지, 정말 내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된다. 매번 소비를 해도 아쉬우니 내게 정말 만족스러운 소비는 드물었다. 그래서 이 강력한 제목을 가진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가 끌렸다. 어떻게 해야 저 말이 나올 정도로 잘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즐겁게 쇼핑하는 친구를 옆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꼭 필요해서 고민하다 사는 것 외에 충동적으로, 내 마음에 들어서, 파격적인 할인을 하니까. 소비의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유로든 물건을 사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즐거워질 정도이다. 누군가 골라주지 않아도 알아서 알차게 쇼핑을 하는 걸 보면 나까지 뿌듯한 느낌이 든다. 돈도 계속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는지 안다더니 이 상황이 그 말에 딱 맞는 것 같다. 맘편히 쇼핑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 책장을 한 장씩 넘겨가며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저자인 안희진 님이 물건을 소비할 때마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열의와 즐거움이다. 여태 소비를 하면서 나는 고민만 계속했지 사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낀 적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란 내 것이 느는 것이니 응당 즐거워야할텐데 여태 나는 필요성만 따졌지 정말 가지고 싶어서, 예뻐서 내 기분에 따라 소비하는 건 꽤 먼 얘기가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취미, 여행 등 돈을 쓰면서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도 정작 나는 그러질 못했다. 이번에는 날 위해 옷을 사봤다. 필요에 의한 게 아니라 그냥 예뻐서, 사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걸 얻는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여태까지 나는 물건을 살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번번이 물건을 살 때마다 많은 조건을 붙여 고민하니 갈수록 아쉬운 점이 더 보이기 마련이다. 여태 내 마음을 너무 등한시 했던 것 같다. 좀 더 이것저것 사면서 많은 경험을 해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싫어하는 것은 뭔지 알고 물건 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좋았을텐데. 앞으로 좀 더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이것저것 소비를 해보려고 한다.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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