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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성귀수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물의 살인'이라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 몰로 인한 살인? 살인마가 가지고 있는 집착? 비 오는 날에만 일어나는 사건?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과연 물의 살인이 어떤 것을 의미할 지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펼치게 된다. 프롤로그에선 좁은 지하 어딘가에 갇혀 있는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은 이 방에서 나가지 못할 거라 두려움과 절망에 쌓여 지내게 되던 중, 어느날 밖으로 나오게 되어 차 트렁크에 갇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곳에서 그녀는 바깥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잠시 맛보았던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탈출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한 편으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한 노교수 올리버 윈쇼는 맞은편 집이 신경쓰여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열린 창문,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 보이지 않는 사람의 그림자, 풀장 위에 떠있던 인형들. 그리고 곧 그 옆에 멍한 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불길한 마음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로 그 집 욕조에서 온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집주인의 사채가 발견된 것이다.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죽음, 풀장 옆에 있던 한 남자. 집 안에서 울리던 음악소리. 괴이하게 수면에 떠 있던 인형들. 과연 그 남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르바즈 경감은 이 사건에서 실마리를 잡고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프롤로그에 나온 여자와는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그녀가 죽임을 당한 클레르가 아닐까? 아니라면 앞으로 어떻게 사건에 개입이 될까? 독자는 여러 의문을 갖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물의 살인에서는 제목에 걸맞게 내리는 비, 시체가 누워있는 욕조, 풀장 등 물과 관련된 소재가 여기저기에 등장한다. 덕분에 축축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작중 내에 깔려있다. 그 덕에 책 속의 사건마다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세르바즈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용의자로 이르트만을 지목하게 된다. 이르트만은 2년 전 정신병원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연쇄살인범이다. 그가 살해 현장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우연하게도 이번 사건 현장에서 나오던 음악과 같은 구스타프 말러의 노래이다. 사건의 수법, 노래, 여러 정황상 그의 흔적임을 짐작하고 사건의 방향을 잡게 된다.
또한 살인 현장에 있던 남자 위고는 세르바즈 경감과 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오래 전 연인의 아들이자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세르바즈는 단순히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의 과거와 트라우마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인물이 등장하게 되고, 그 인물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숨겨져 있던 과거도 마주하게 되며 이 사건에 점점 더 흥미로운 소재들이 붙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물의 살인은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여기서 마무리 되지만 아직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있다. 1권은 여러가지 단서와 미끼를 뿌려두는 작업을 해두었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해결되고 마무리 되는 건 다음 권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권에서 연쇄살인범을 막을 수 있을지, 마르텡 세르바즈 경감은 어떻게 행동할 지 어떤 결말을 내줄지 궁금하다. 2권에서 사건의 수수께끼들이 속시원히 풀리길 바라며 얼른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