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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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와 시구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맡게 된다. 건축가인 시구르와 함께 그 집을 리모델링하며 사는 중이기에 집 안은 미완성이고 어수선하다. 하지만 언젠간 리모델링이 끝날 거란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고 이 집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집에 아늑한 곳은 한 곳 있다. 바로 심리학자인 사라를 위해 만들어 둔 상담실이다. 사라는 이 곳에서 환자를 보고 치료를 하는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 시구르는 친구들과 산장에 간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사라도 그 날 있을 세 명의 환자를 만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주말동안 쉬게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라는 그렇지 못했다. 놀러나간다고 집을 나선 시구르가 그대로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상담 중에 잘 도착해서 놀고 있다는 음성 메세지도 받았는데 친구들은 그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구르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



'테라피스트'는 사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라가 끊임없이 자신의 상황과 느낌을 생각하기 때문에 사라가 계속 집 안에 있음에도 우리는 많은 것을 전해들을 수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리모델링, 집을 물려받게 된 상황, 시구르가 집을 나서던 아침, 어제까진 걸려있던 사라진 도면통 등 마치 이미 알고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스며든다. 이렇게 전해지는 정보가 억지스럽지 않고 진행을 방해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주인공은 '심리치료사'이다. 잠깐 책 밖으로 나가 언급해주자면 이 책의 저자 역시도 심리학자이다. 저자의 경험이 온전히 녹아들어 더 현실감 느껴졌다. 전문 용어와 환자와 치료 과정, 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과 행동에서 숨은 진실은 찾는 과정 등 나도 심리학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책에서 묘사되는 배경, 소품, 인물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 분석하고 의심했다. 진실이라고 보여지지만 사실은 거짓이 아닐까? 사소한 부분이지만 사실은 커다란 무엇이 숨겨져있지 않을까?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습관이지만 테라피스트에서는 심리치료사라는 조건이 있고 사라의 풍부한 생각과 감정이 전해지기에 더더욱 그렇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이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심하고 벽을 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테니 말이다.

주인공인 사라는 사건의 피해자이자 관계자, 용의자이다. 사라는 사라 나름대로 심리치료사라는 명목 하에 사건에 대해 파헤치려 한다. 나도 사라가 가진 지식과 추리를 이용하면 금새 범인을 추려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혹은 진범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라가 아닐까 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도 고려했다. 하지만 점점 진실과 거짓이 섞이고 초반엔 확신에 차있던 사라의 기억조차도 갈수록 믿을 수 없게 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쳐질수록 되려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믿어야할 지 혼란에 빠져버린다. 문득 깨닫고보면 어느새 저자의 심리게임에 우리가 빠져있다. 과연 이 사건 속에서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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