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트
델핀 베르톨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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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 납치된 아이가 자신을 가리키는 또다른 이름이다. 원래 이름은 마디손이지만, 자신을 납치한 그가 알고 있는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어느 때와 같은 하굣길, 비가 내려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가던 차, 동물병원을 찾는 그를 만나게 된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말에 덥썩 그의 차에 올라타게 되고 그 후 5년간 납치범의 집에 갇혀 살게 된다. 이 책 '트위스트'는 그가 납치되어 탈출하기까지 겪었던 주변 환경과 납치범, 자신의 심리에 대해 쓴 기록이다.



트위스트에는 납치된 기간동안 마디손이 쓴 일기 형식으로 적혀있어 온전히 피해자의 시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어린 그녀의 눈으로 단순히 사건의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해놓은 것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가며 느끼는 모든 감정이 들어가있다.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 납치되어 일주일, 한 달이 지나 장장 5년이란 기간까지 지치고 힘들만도 했는데 굳센 우리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냈다. 긴 시간동안 그녀의 세상은 오직 납치범 R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가족이 자신을 찾고 있는지, 바깥 상황은 어떤지, 그밖에 지식이나 예절, 교육 등 자라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은 R에게 받았고 R의 말과 행동이 곧 법이고 규칙이며 마디손의 세계였다. 짧은 기간도 아닌데 어렸던 마디손이 어떻게 버텨나가겠는가? 아무도 의지할 수 없이 홀로 버텨냈어야 할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홀로 갇혀있던 상황에도 아군은 있다. 바로 엄마의 존재이다. 엄마도 딸이 어딘가에 무사히 살아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딸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매일매일 딸을 향한 끊임없는 응원의 편지를 보낸다. 이는 본인 또한 의지를 다지기 위한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첫장부터 나오는 엄마의 일상이 마르손은 매우 간절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마르손도 그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존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아직 가능한 일이 아니고, 홀로 있을 마르손에게 전할 수도 없기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 오직 마르손의 시점만 나왔다면 온마음 다해 그녀를 응원했을테지만, 오직 근거없는 믿음만으로 하루를 지탱하며 마르손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오랜 기간 견딘 끝에 마르손은 마침내 납치범의 손을 벗어나게 되지만, 그녀가 겪은 일이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 5년간 마르손의 세계는 오직 R뿐이었을텐데 그 긴 기간동안 자신을 잃지않고 버텨낸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있어선 안 될 일을 겪었으니 더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이 끔찍한 이야기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피해자 나티샤 캄푸쉬는 1998년, 10세 때 납치되어 8년동안 노예 생활을 하며 감금 생활을 했다. 8년 동안이나! 그 끔찍한 시간동안 자신을 잃지 않고 끝내 탈출하는 데 성공한 그의 용기와 인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실제 납치범은 나티샤가 도망치자마자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하니 참 허무하고 비겁하기 짝이없다. 사건 얘기를 들으면 그 긴 시간동안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견뎠는지 궁금했을텐데 이 책 '트위스트'가 충분히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그가 잃어버린 시간보다 남은 앞날이 더 찬란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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