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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영화에 나오는 범죄자들이나 범죄는 진행을 더 극적으로,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범죄자들이 꼭 악의 편에만 서는 것도 아니다. 범죄자들 시각으로 그들이 하는 일에 서사와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고뇌 혹은 재미를 느끼는 부분에선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흥미롭게 느끼고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그들의 모습과 한편으론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깊숙이 파악할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이 책 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에서는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바탕으로 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메리칸 허슬, 스포트라이트 등 나도 범죄나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책에 나온 모든 영화를 다 보진 못했다. 영화을 볼때면 진행을 따라가기도 벅차 인물 하나하나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범죄를 소재로 그들과 직접 마주하니 반갑기까지 하다.
그 중에서도 '인셉션'이라는 영화는 유명하면서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다. 소재도 흥미롭고 진행도 치밀했으며 영상미까지 갖춘 영화이다. 인셉션에서 나온 범죄는 산업스파이다. 직접적으로 문서나 데이터를 훔쳐오는 것이 아닌, 꿈 속에서 정보나 생각을 훔치는 것이어서 굉장히 새롭다. 어찌보면 인셉션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 첩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이 스파이는 사람의 마음 속에 본인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심어서 마치 꿈꾸는 사람이 그것이 자기가 낸 아이디어나 생각으로 여기게 만들어 행동하게 만든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사람을 조종한다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언젠가 미래에 실연된다면, 개개인의 꿈도 하나의 기업 가치가 될 수 있고 꿈 속도 하나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무단침입죄가 적용될지 모른다. 꿈 속에 들어왔다고 무단침입죄라니. 어떻게 침입자를 파악하고 어떻게 벌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프로이트가 말했던 것처럼 꿈은 잠재의식의 주요대상과 일상생활의 사건들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인셉션에선 이러한 꿈과 잠재의식 속에 많은 생각들을 인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곳에 누군가 '침입'하여 다른 생각을 주입시킨다면, 이것이 범죄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영화에 나오는 범죄의 존재는 우리에게 자극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놀랐다. 영화 속 범죄자들이 일으키는 행동을 보고 그들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는 건 대단한 경험이다. 영화에서 직접 서술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인물을 더 잘 알 수 있다. 마치 영화 밖에서도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져 이 책을 읽고난 후 한 번 더 영화를 보면 몰입이 잘 될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다른 영화들도 주인공들의 숨은 이야기를 곱씹으며 감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