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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들
J.moonriver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일상을 보내면서 종종 사색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뉴스, 길가다 마주친 사람들, 건너건너 전해듣는 뜬소문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귀에 들려온다. 내게 들어온 이야기는 곧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잠깐씩 사색에 빠지는 순간은 힘든 하루에도 미소를 짓게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론 혼자 공상하는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 뇌는 쉬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나역시 이런 상황을 깨달음 새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들'은 그런 우리들에게 사색하는 시간을 되돌려주는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판타지나 SF적인 소재들도 있지만 그보단 우리 주변의 소소한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많았다. 때론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나도 이런 경험을 했었는데 하며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새롭게 알아가기도 했다. 주변에 있는 소재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꼭 책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거창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더 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 페이지 내외의 짧은 글 속에 묘사되는 것에 한정적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뒤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위 '착한 아이' 이야기 속에서 나온 상황은 짧지만 강력하다. 처음 어머니께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며 머리를 잘랐을까, 짧은 머리를 본 어머니는 또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자기 파괴 성향이 눈을 뜬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주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CEO가 되지 않을까? 그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타고나가 이야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한 이야기는 짧아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마치 화수분같은 책이다.
1페이지 내로 쓰여진 짧은 글들이 모여 한 권을 채운다니 마치 우리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매일매일 똑같아 보이더라도 조금씩 다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을 완성시키는 모습이 우리 삶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소소하여 더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혹은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에게 쉬는 시간, 특히 사색에 빠지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태 얼마나 잊고 왔던지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만지는 대신 짧은 순간이더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