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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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도 이미 너무 유명한 뮤지컬 레베카를 쓴 원작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 모음집이다. 많은 작품을 썼지만 내가 아는 대프니 듀 모리에에 대한 작품은 레베카밖에 없었다. 레베카에 나오는 특유의 침울하고 섬뜩한 저택의 분위기는 잊을 수 없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이런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인형'은 듀 모리에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에 걸쳐 쓴 단편들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단편을 꾸준히 작업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또 어떤 것이 있을지 기대되었다. 



 '동풍', '인형',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성격 차이' 등 단편은 총 13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통 스릴러나 미스터리라고 하면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알 수 없는 현상, 유령, 괴물같은 존재 말이다. 하지만 대프니 듀 모리에는 오직 사람들 간의 심리와 상황을 보여주며 등장인물의 그 상황을 독자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단편 '동풍'에서는 무료하고 변화없는 곳에 갇혀 아무 열정없이 지내고 있는 섬 사람들, 색조차 없는 단조로운 섬 풍경과 갑작스레 섬에 방문한 새로운 선원들의 혼란스러울 정도의 활기는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그 배경을 상상하고 떠올리게 만듦으로써 어느새 나도 그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술과 질투에 취해 저도 모르게 도끼를 휘둘러 아내를 살해해버리고 그 원인이 된 이방인은 떠나버리고 예전과 같은 섬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은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전날밤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한바탕 악몽을 꾸고 난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악몽이 현실이 되었을 때 허망함과 좌절이란! 독자가 스스로 등장인물이 되어 그의 기분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게 이끄는 게 대프니 듀 오리에의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각 단편마다 색다른 배경과 소재로 특색있는 인물을 보여주니 각 단편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생생하고 현실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면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 모음집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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