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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요새 소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책으로 펼쳐진다. 바로 이 '암흑검사'도 종이 출간 전에 카카오페이지라는 컨텐츠 플랫폼을 통해 연재했었다. 카카오페이지에는 마냥 가벼운 소재들로 10대들을 겨냥한 소설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회 현실을 꼬집고 진중한 문체의 소설이 나온다는 것에 놀랐다. 특히 한 권의 두께가 다른 책의 2,3배라고 할만큼 두꺼워 이 안에 얼마나 알찬 내용이 담겨 있는지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느낄 수 있다.
총 2권으로 되어있는 암흑검사는 실제 저자 직업이 '검사'이다. 검사하면 능력없어도 정의를 위해 발로 뛰는 검사, 부패해 권력에 눈 멀어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검사처럼 획일화된 이미지가 떠올리기 마련인데 저자는 검사의 현실과 진짜 모습을 그려내보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 직업이 검사이니만큼 진정성 있고 더 현실감 있는 검사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암흑검사에서 주인공의 맡고 있는 '강한' 검사. 강한은 1년 전 지온유 사건을 맡으며 유명세를 얻었다. 당시 모든 증거가 지온유를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부인하던 지온유에게 사형을 구형하였다. 어린 나이에 잔혹하게 살해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인지라 이 판결은 강한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 사건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고있는 그에게 염산테러를 당해 시력을 잃고 만다. 강한뿐만 아니라 경찰과 판사까지 연이어 법집행자들을 향한 테러가 이어지고 그 뒤에는 1년 전 '지온유 사건'이 관련되어 새로이 그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사실 정의의 사도가 잘못된 판결을 뒤엎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다. 암흑검사에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과거에 판결을 낸 사건을 다시 재검토하며 자신이 틀렸던 것인지를 가능성에 두고 진실을 파헤쳐간다. 그 가능성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고 새로운 도전이다. 강한은 진실을 마주하고서라도 당당히 있을 수 있을까?
또 여타 다른 영화나 책에서는 주인공이 다쳤다하더라도 타박상, 혹은 크게 다친다하더라도 금세 멋지게 일어나 범인을 압박하게 되는데 암흑검사 주인공은 무려 시력을 잃게 된다. 잘 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시력을 잃게 되어 좌절할 법 한데 스스로 범인을 찾고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강한의 의지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제 신체적 제약이 있는만큼 주위의 시선, 행동의 제약이 더해져 강한이 처한 위치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궁금증을 더해나간다.
암흑검사에서는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리고 서로 치밀하게 얽혀있으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나간다. 거기다 강한이 검사라는 직업덕분에 평소 알지 못했던 법과 검사의 입장과 업무에 대해 알 수 있어 더 흥미롭고 내용을 탄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법은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지, 이렇게 소설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방대한 양이 아쉽지 않게 굉장히 흡입력 있고 탄탄한 소설이었다. 얼른 남은 2권을 보고 범인은 누군지, 강한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행보는 어떨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