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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하늘을 떠다니는 비행기를 보면 '혹시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괜한 걱정이 들곤한다. 갑작스런 난기류에 기내가 흔들리고 사람들은 불안한 눈빛을 하지만 금세 괜찮아지겠지라며 희망을 가진다. 흔들림이 점점 더 심해지자 결국 여기저기서 비명과 기도소리가 터져나오고 기내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다. 승무원들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러 뛰어다니지만 어떤 효과도 발휘하지 않는다. 곧 큰 굉음이 들리고 바람소리와 함께 하늘이 열린다.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넓은 하늘로 빨려들어가듯 날아가 땅으로 곤두박질쳐진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이 상황을 겪고도 11일간 밀림을 헤치며 살아남은 여자아이가 있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바로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과연 그 소녀는 어떻게 해서 살아남게 된 것일까?

책의 내용을 들었을 땐 순전히 소설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허황되고 놀라웠다. 비행기 사고로 하늘에서 떨어진 후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책 서두에 주인공과 가족들, 사고에 대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분명한 사실임을 인지해주고 있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주인공 율리아네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렇기에 비행기 사고와 밀림에서 헤쳐나가는 당시의 생각, 느낌을 더 생생하고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율리아네의 굳센 의지였다. 물론 사고로 인해 혼란스럽고 무서운 마음이 있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그의 행동력이 매번 감탄을 자아냈다. 나였다면 비행기 사고부터 정신을 못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굴렀을 것 같은데. 당시 어린 나이었던 율리아네는 직접 움직이고 밀림을 헤쳐나가며 사람들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한다. 그가 가진 굳센 의지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다.
또한 엄마, 아빠로부터 받은 조언이 율리아네를 살리게 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율리아네가 밀림을 헤매며 엄마아빠가 곁에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조언과 경험을 되뇌인다.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자 생존 수단이 아닐까?
그가 겪었던 모험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도 끝나지 않는다. 엄마를 잃었을 때의 슬픔, 사고의 후유증, 추락으로 인한 부상, 아빠와 조우, 언론의 괴롭힘 등 생존 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쏟아져나온다. 겨우 생존해 사회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버티고 애써야할 일이 많다. 너무도 안타깝고 힘겨워보여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내게 된다.
현재 그녀는 생태 연구와 자연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가 겪은 사고가 떨쳐내기 힘든 것이지만 주위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또 그 사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율리아네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하루를 보내면서 삶의 의지가 부족할 때, 그가 했던 생존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주위 사람의 응원과 소중함을 느끼고 싶을 때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책을 들여다봐야겠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우리들 곁에 보내준 율리아네 쾨프케와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