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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평점 :

제물이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늪지란 배경때문인지 이야기를 읽는 내내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감돈다. 습한 공기와 소리까지 먹어버릴 듯 조용한 늪지. 그 주위를 안개가 둘러싸고 있어 더욱 더 음산한 느낌이다. 이런 마을을 떠났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놀아온 나탈리에. 기원전 300년경 인신공양이 이루어졌다는 곳이며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 아직 제물을 원하는 늪지의 현상일까? 아니면 늪지에 내려오는 풍습을 빙자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인간의 소행일까?
장중 내내 펼쳐져있는 음산한 분위기는 주인공 나탈리에의 성향도 한 몫 한다. 보통 주인공이라면 가졌을 밝고 활달하며 모험심 강한 성격이 나탈리에에게는 없다. 대신 나탈리에는 사람들과 선을 두고 행동하며 감정이 절제되어 있어 사건 속에 들어간 제3자의 시선, 즉 독자의 시선같다고 느꼈다. 덕분에 독자 스스로가 작품에 들어가 직접 사건을 체험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나탈리에를 향한 누군가의 시선, 적막하고 안개 낀 풍경, 나탈리에의 시선과 행동 하나하나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다. 덩달아 늪지대에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악의가 절로 전해져오는 것 같다.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사건의 전말과 신비한 배경때문에 정말 과거 제물을 받아먹었던 늪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물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던 표지의 누워있는 여자의 표정이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다시 들여다보면 색다른 자극을 가져다준다. 직접 체험하듯 생생한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미스테리한 진실을 품고 있는 '링곤베리 소녀'를 한 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