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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여왕 ㅣ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 번째 여왕' 시리즈가 '불의 여왕', '악의 여왕'에 이어 에밀리 킹의 마지막 4권 '전사의 여왕'을 출간했다. 새로운 세계관과 이국적인 배경으로 우리를 신비하고 몽환적인 세계로 인도했었는데 이제 마무리가 된다니 아쉽기도 하다. 수도원에서 타렉의 선택을 받고 떨던 아이가 반역자로, 권력자로, 교육자로 자신의 삶을 건설해나간다. 이렇게 성장한 그녀의 고난이 안타깝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4편에선 평화의 시대가 돌아온 것 같지만 칼린다는 혼란스럽다.

칼린다는 데븐을 찾아 떠난다. 내가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온갖 고난과 선택의 고통을 헤치고 마침내 타라칸드 제국에 평화를 가져다 줬지만 그녀는 잃은 게 너무 많다. 고향, 친구, 연인 모두 손에서 놓아버리고 왕좌마저 내려놓은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자신을 추앙하던 백성들이 이젠 그녀를 보고 매정하게 돌아서고 자신을 지탱해 줄 가까운 사람들은 이제 없다. 이 와중에 칼린다는 왕좌의 자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에 곧 라자의 자리에 오를 아스윈 왕자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무척 강인한 정신을 가졌다. 아스윈이나 나테사같은 주변인에게 기대지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연인인 데븐이 더이상 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직접 그를 데리러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칼린다는 그곳에서 다시 고난을 겪게 되고 불의 신 엔럴과 조우하게 된다. 여태 이승에서 고난을 겪었다면 이번엔 저승까지 세계를 넓혀나간다. 칼린다가 저승에 어떻게 가는지, 저승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 또 데븐을 구해올 수 있을지 진행과 묘사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또 오래된 동화들이 으레 그랬듯, 왕자가 갇힌 공주를 구해주는 것이 아닌, 여자인 그녀가 연인을 구해주는 모습도 신선하고 멋있었다.

칼린다의 기나긴 서사가 이 4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녀의 싸움, 선택, 행복을 응원하며 독자와 함께한 환상적인 얘기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일상에 지칠 때, 신비로운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싶을 때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판타지이다. 앞으로도 칼린다의 앞날에 언제나 행운이 깃들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