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매드 시리즈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세포가 나눠졌기에 실제 DNA는 똑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특별해 보인다. 한 때 나도 일란성 쌍둥이었으면 즐거웠을텐데, 좀 더 즐겁고 특별한 형제를 가질 수 있었을텐데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알비나와 엘리자베스 자매는 일란성 쌍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혀 정반대의 성향과 삶을 살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에 가게 된 알비나는 자신과 몇 시간만 모습을 바꾸자는 엘리자베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또 그 연극에 어울리게 된다. 여태 엘리자베스가 가진 부와 가정을 탐냈던 알비나는 제안을 수락하게 되지만 엘리자베스인 척 하는동안 위태로운 연기를 계속한다. 그리고 사고로 엘리자베스를 죽게 만들고, 알비나 홀로 연기를 계속해간다. 

 일란성 쌍둥이라면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을 것 같지만, 알비나와 엘리자베스는 날 때부터 차별받고 자랐다. 그 때문인지 알비나는 자신의 모습을 엘리자베스와 비교하며 살아간다. 곁에 엘리자베스가 있든 없든 어디를 가든 어떤 행동을 하든 항상 자신과 엘리자베스를 비교하며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어렸을 적 다른 대우부터 그녀를 정반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알비나에게 조금만 더 사랑을 줬더라면, 신경을 썼더라면 사사건건 엘리자베스와 비교하며 그녀의 삶을 망쳐버리지 않았을텐데. 
 세상은 가혹하게도 자신은 엘리자베스로서 행동하지만 번번이 엘리자베스가 아님이 들통난다. 알비나로서 삶도 엉망이고 주변에 친구조차 없으며 부모는 자신을 외면하기만 한다. 엘리자베스의 위치를 얻었지만 그녀 주위 사람 모두 엘리자베스와 너무나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계속해서 들켜버리고 사건은 눈덩이처럼 점점 더 큰 혼란 속으로 떨어진다. 엘리나인 자신을 찾거나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 더더욱 대비되어 엘리나의 속을 더 망가뜨리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엘리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그녀처럼 행동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 주위엔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녀 본연의 모습도 잃어버린다. 

 '매드'의 소설은 성경의 7대 죄악으로 목차가 이루어져 있다. 나태, 질투, 분노, 욕정, 폭음, 탐욕, 교만. 목차 그대로 '엘리나'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떨어질 때가 없다고 생각했던 엘리나의 삶 자체였던 '나태'였던 순간이 그나마 그녀가 덜 악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로 인해 점점 더 깊은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는 처음부터 악마같은 존재였을까? 엘리나의 심경에 공감하고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또한 엘리자베스의 관계와 그녀는 엘리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상당히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진행이 읽는 내내 보는 이를 흔들어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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