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임시정부
정명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우리나라의 뿌리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교과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자취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입되어 그 시대를 좀 더 피부로 와닿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대에 지금과 다른 생활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고 새로워 계속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고려나 조선, 왕조시대는 많이 접했어도 근현대사는 잘 손이 가지 않았다. 내심 우리의 아픈 역사가 보여주는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신분제 폐지와 문화의 과도기에 있어 당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상해임시정부'는 일제의 치하 아래에 독립을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뻔하고 가슴 아픈 내용일 것이라 속단했었지만 책장 몇 장만 넘겨봐도 주위는 신경쓰지 않을만큼 흥미로운 내용이 펼쳐진다.



서로의 위치에 따라 협력하고 맞붙기도 하며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들에게 있어 '새로운 정부'는 자신의 목숨이 날라갈만큼 위험한 선택이었다. 더욱이 일제의 침략이 이루어진 상태라 우리나라가 없어진 이상, 개개인의 힘을 모아 발로 뛸 수밖에 없다. 이는 실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시작도 전에 막막함과 포기를 보게 되는데 이들은 힘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성과를 이룩해나간다. 우리나라를 밟으려하는 일제의 눈을 피해 노력한 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내 가슴도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단순히 '상해임시정부'를 세웠다는 사실 뒤에 이토록 수많은 일들이 벌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또 이 책은 역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소설'이라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는데 이는 책 맨 뒷장에 따로 표기해두어 꽤 세심하다고 느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배우는 사람들에겐 역사를 바탕으로 한 매체가 자칫 혼동을 줄 수 있다. 지난 해 모 역사 드라마가 일제 강점기 당시 배경을 허구로 그려내 꽤 질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설이나 드라마는 물론 허구이다. 하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는 사실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보는 사람들을 위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지 명확히 알려줘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소설의 내용을 다시 되짚어보고, 실제 역사와 상상의 범위를 구분하며 꽤 알차게 독서를 마무리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간혹 일본인은 우리나라를 점령해놓고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망언을 뱉곤 하는데 그 누가 자유를 뺏기고 발전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낼 수 있는지 그들의 짧은 생각에 통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근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종 때부터 다른 나라와 교류하려 하고 언어를 배워나갔다. 일본이 개입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를 잃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게 안타까울 뿐이다. 책에서 다시금 언급되지만 '상해임시정부'는 군주국가였던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우리나라 스스로 신분제를 타파하고 다음 세대로 한 걸음 나아간다는 뜻이니까. 기존 문화를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와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한 선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신분제는 꽤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제도이다. 이런 제도는 사람을 지위에 따라 묶어둔다. 이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앞서나갈 준비를 했던 우리나라 선조들의 모습에 감탄과 경의가 절로 나온다. '독립'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사명을 대신 짊어지신 그 분들의 노력 덕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위에 설 수 있는 오늘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