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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된 알고리즘 - 인공지능, 예술을 계산할 수 있을까?
이재박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10월
평점 :

예술. 이는 감정이 있는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음을 표출하는 건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이는 기계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를 창조하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근, 기계가 썼다는 소설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지만 기계가 썼다는 그 소설은 문맥도 매끄럽고 구조도 흡입력 있게 잘 쓰여진 흥미로운 글이었다. 이를 보고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기계는 어떻게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고 또 만들어 낼 수 있는지.나아가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의문은 이 책,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에서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들의 예술은 '왜' 예술이라고 평가되어 왔는가? 사실 이도 인간이 세워 놓은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 예술품 속에 담긴 심오한 의미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익히고 만들어진 학습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태 당연히 마음으로 느끼고 본능적으로 감명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제게 굉장히 새로운 시각이었다. 하긴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이 본능이라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에 기준이 없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학습한 결과 만들어진 이 감정에 '기준'이 있으며 그 기준만 있으면 기계도 모방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기계가 문학, 미술 작품을 분석하고 모방까지 가능한 '딥러닝'이라는 기능이 매우 신기했다. 말그대로 기계가 학습을 하다니! 또 기계가 만든 작품이 사람의 작품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평을 받은 것도 재미있었다. 감정이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탓에 기계가 파고들 틈을 준 것일까?
온전히 인간의 영역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예술'이 기계도 한 발 들일 수 있다는 시각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로 인해 예술은 더 풍부해질까, 아니면 쇠퇴 되어 갈까? 이 책을 접하기 전 나는 인간의 손을 떠나 예술에 기준과 선이 생겨 획일화 된다고 생각했었다. 기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었는데 스스로 예술 작품을 내놓는 것을 보니 새삼 기술의 발전과 내 편협한 사고방식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딥러닝을 이용한다 해도 결국 기반은 과거의 데이터 뿐. 예술은 모방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 항상 발전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해왔다. 기계는 이렇게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라면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의 딱딱한 사고방식을 깨주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