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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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콤이란,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흥미롭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때론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마냥 즐겁게 웃을 수만은 없다. 있을 법 하지만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때론 현실과 지독하게 비슷한 모습이어서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선 매우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무조건 도덕적이지만 않고, 무조건 악하지만은 않은, 아주 인간적인 모습의 등장인물이다. 길을 걷다가 옆을 지나치는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어떻게 엮이고 엮이게 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또 각자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평범하지만 서로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책의 표지도 이런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예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게 아주 잘 이해되었다. 


 책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가장 많이 출연한 '연아'에게 가장 많이 이입이 되었다. 가장 이해받아야 할 가족의 존재가 오히려 감옥같이 느껴지고 억압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부모같은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라 여겨질 정도로 연아에게 일말의 이해심도 비춰주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가 다쳐 왔는데 그걸 이용한 동정심 유발 작전이라 여기고 걱정조차 해주지 않는 엄마라니! 연아는 아직 10대이다. 세상이 다니고 있는 동네와 집밖에 없을 정도로 좁다. 그런 공간에서 가족과 집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존재일지 부모는 자각하지 못한 것 같다.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걸 왜 몰라주는지. 연아가 가출해서도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 착잡하면서도 그렇게 불쾌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다정을 도와주려던 민준, 연아를 도와주려던 혁이와 담임선생님의 존재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리고 어쩌면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열심히 꾸며나가야겠다고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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