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판타지'라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화려한 마법, 드래곤과 요정, 치열한 싸움이 생각날 것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건 익숙한 동양의 모습보다 서양의 모습이 더 많다. 아마 매체에서 선전하는 판타지가 주로 그런 모습이었을테고, 또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신기하고 새로웠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여태 접해왔던 판타지와는 정반대이다. 기존 판타지는 주인공이 모험하며 온갖 고난을 헤쳐나가 탐험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면, 이건 어딘가에 있을 법한 환상의 세계를 몰래 엿본 기분이다. 거기다 배경이 온통 자연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차분한 분위기와 함께 어우러져 마치 낙원 속 신선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판타지의 다채로운 배경보다 인물 하나의 내면,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여 전개된다. 거기다 책의 주인공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나무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내세운다. 보통 판타지에서는 인간의 존재가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 책에선 하등한 존재로 본다. 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존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고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며칠 고민했던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 같았다. 

 작중 스스로 창조해 낸 단어가 무척 많다. 나무인간부터 시작해서 지역과 시간을 나타내는 명칭 등 새로운 단어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이 단어들의 유래를 설명해주거나 묘사를 좀 더 자세히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상상력을 할 틈조차 주지 않는 치밀한 묘사도 좋아하지 않지만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더 견고히 설명했으면 더 몰입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건가 싶기도 하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라는 책은 소개된 문구처럼 판타지라기보다 '환상 소설'이라는 게 맞는 수식 같다. 주인공이 고민하던 정체성이나 삶의 의미 등을 함께 고민하며 나 자신에게도 종종 대입하게 되는데. 나는 공동체나 화합보다 '내' 존재에만 국한되어 굉장히 이기적으로 지내왔었다. 그 때문에 여태 내 세계, 생각의 폭도 굉장히 좁았었구나, 결국 나만을 위한다는 건 나에게 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나 행동보다 내 내면이나 관계에 대해 성찰한 적은 참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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