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다가오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어떻게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떠날 준비를 했을지 궁금했다. 처음엔 저자가 병에 대해 깨닫기 전, 과거들이 펼쳐진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평생의 반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갖는 모든 경이롭고 행복했던 과거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 저자의 현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모습들은 마냥 아름답게 보여지지 않는다. 현재 죽음이 가깝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과거는 더 안타깝고 불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첫장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여러 사람들 틈에 있어도 다른 누구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언젠간 죽음이 오리란 걸 알지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죽을 날짜를 받아놓다니 분명 받아들이느냐는 상관없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버텨냈을까?

 사실 저자는 죽음을 이겨낸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은 꼭 살아보이겠다며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부족하다. 그저 그는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가 이렇게 버텨낼 수 있는 건 가족의 힘이 강하다고 생각되었다. 책 서두부터 언급되었던 그의 연인의 존재. 아프기 시작하면서도, 또 병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깊어지면서 끝까지 그의 곁에 있었던 아내와 자식과 부모와 형제들. 그가 죽음에 다가가는 하루하루를 우울하고 좌절로 점철되지 않은 이유는 아내를 향한 무한한 사랑도 있겠지만 아내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행동도 크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서술되지 않았지만 아내는 남편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막막한 현실과 포기해야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어 답답하고 힘들텐데 저자와 다툼을 하거나 힘든 소리를 내뱉었다는 묘사는 없다. 오히려 저자가 지쳐 침울해할 땐 자연스럽게 아이와 교감시켜주기도 하고 말로서 힘을 북돋아준다. 책을 읽으면서도 종종 아내는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 느껴졌다. 저자가 아내를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하고 느껴졌다. 

 나에게도 그런 강한 마음이 생길 수 있을까. 사실 나에게나 가까운 사람에게나 당장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지 모를 것이다. 그저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죽음을 두려움에 벌벌 떨며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내도 이 예기치못한 불행을 어떻게 이겨내고 힘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 배우거나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힘이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런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일까. 나도 그처럼 죽음이 앞에 있더라도 현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강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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