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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평점 :
이영도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어릴 적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하며 판타지 소설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니 오랜만에 설레는 소식이었다. 단단한 책 표지와 중세 시대 창에 그려져있을 법한 화려한 그림이 기대감을 더해주었다.
오버 더 초이스는 여태 그의 여느 책처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게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부러 설명투로 세계관이나 인물에 대해 묘사해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진부한 인물들로 스토리를 밋밋하게 만들지 않고 특색 있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스토리 속에 녹아들어있다. 읽는 독자도 어느 순간 작품 속에 함께 들어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사건들이 모여 항상 큰 스토리의 단서가 되곤 한다. 어느 내용 하나 허투루 쓰이는 게 없어 주제와 방향을 잘 잡고 이끌어 주어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부활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부활을 염원하며 여행을 떠나는 내용은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좀 더 깊은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등장인물의 궁극적인 목표로 바라보기보단 과연 그것이 옳은지 의문을 건넨다.
' 우리는 힘을 가진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합니다. 우리를 아무것도 해줄 필요가 없는 존재로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겠지만, 그의 필요에 따라 죽였다 살렸다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의 환심을 사려 애써야 합니다. 그렇잖으면 죽어도 되살아날 수가 업없으니까요. 땅속에 묻혀서 그가 우리를 기억해주길 애타게 기원해야 합니다.'
작중 부활이 가능하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하긴, 타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부활'을 그토록 염원하는 건 죽음이 단 한 번뿐이며 다시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활이 가능해진다면, 죽음의 경계는 없어지고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 또는 해방감은 덜해질 것이다. 나아가 사람들의 존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마냥 이게 나쁜 것일까도 생각 되었다. 죽음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이승이 소중하고 또 나와 남의 목숨을,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렇기에 살면서 제일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부활이 가능함으로써 이 위협요소를 없애준다면 우리에겐 한 발 진보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새롭게 깨닫고 알게되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되는데 사실 개개인에게 '자신'의 존재란 특별하고 귀한 것이지만 한 사회로 보면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하나의 대체제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가혹한 말이지만 인간이 '존엄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개개인이 특별해지는 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지 인간 자체로 특별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활이 가능해지더라도 우리의 행동 범위가 좀 더 높아질 뿐 마냥 사람을 죽이고 다니고 자살이 난무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죽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을 부활시켜 줄 주위 사람에게 더 신경쓰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각으로 부활에 대해 생각하며 재밌는 스토리까지 따라갈 수 있어서 꽤 알찬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이영도 님의 책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