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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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녀석의 말은 틀렸다. 그만 중도에 포기해버리고 싶은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으니까. 마음에 전해지지 않는 책을 읽기란 단 몇 페이지도 어려운 법인데 삼 백 페이지가 넘는 두께라니, 그 무게감이 슬슬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딱 지금 두께의 절반쯤만 해도 좋으련만.

  이 책은 유럽의 책마을을 소개한 기행문으로, 작가가 여행하는 중에 우연히 들른 책마을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소외되어 가는 농촌의 관광지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책마을을 찾아본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농촌의 위기, 세계의 도시화, 출판문화의 상업화 속에서 사람냄새 책냄새가 풍기는 책마을은 현대인의 감성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골목골목 다양하게 소개되는 유럽 책마을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 묘사는 마음에 와닿는 반면, 유럽의 고서적들 속에서 사연있는 책들을 한눈에 알아보는 작가의 뛰어난 안목과, 알아먹을 수 없는 미술과 사진 관련 용어들은 참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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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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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품만을 읽고 작가의 성향을 파악하기란 무리일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고, 심지어 이런 야리야리한 글을 쓴 작가가 남성이라니 좀 의외다.

  서너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다. 로맨스 소설이나, 몇 편의 일본영화에서나 봄직한 잔잔한 연애담 같은 것.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란 여주인공 혼다는 반복되는 일상을 습관처럼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여행이란 한낱 꿈에 불과한 그녀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사는 거리를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중쳡시켜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고, 버스 정거장과 거리에 낯선 이름을 붙여 부르는가 하면, 여행지의 관한 화보를 들여다보며 낯선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이제껏 이렇다할 동경의 대상을 만나지 못한 혼다는 남동생에게 거는 남다른 기대 때문에 그의 여자친구를 내심 못마땅해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녀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동창회에서 학창시절 짝사랑하던 선배와 재회하면서 못 다 이룬 사랑을 기대한다.

  자신의 색깔이 무엇이냐 물어오는 사내, 그리고 직장 상사의 부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 남동생과 그의 애인. 주인공 혼다는 시종일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사랑의 방식을 읽어내고 있는데, 정작 자신의 색깔과 사랑을 찾는 길에는 너무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감성에 이끌리는 인물이란 참 매력없다. 뭐 이런 종류의 책이란 게 그런 거라면 할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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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1 (1부 1권) - 왕도(王道), 하늘에 이르는 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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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역사 속의 인물의 삶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글 또는 에세이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군데군데 덜 다듬어진 느낌도 들고,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같은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한 것은 의아스럽다.  

  <<유림>> 첫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자이자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조광조다. 1519년 조선 중종 14년, 기묘사화. 강력한 정치개혁을 단행했던 조광조는 그 반대세력에 맞서 권력투쟁에 패배함으로써 유배 보내지고 사약 받는다. 훈구세력에 손을 들었으나 한때는 그를 신임했던 임금, 그의 개혁정치에 기대했던 백성들의 안타까움,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했던 친구와의 우정, 그를 보내야만 했던 이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는 실패한 정치가였는가, 아니면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희생자였는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 백 여 년이 흘렀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여지껏 논란이 되고 있다. 작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다분히 긍정적이고 옹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권력 다툼이 만연한 정치세계에 대한 비판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쉼없이 변모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갈길에 대해 조망하면서, 그 대안을 조광조의 사상과 유교를 거울로 삼고자 하는 것. 현대사회에서의 잃어버린 도덕관과 가치관들을 재정립하고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생각보다 속도감 있게 읽은 글이었다. 일화와 말씀 속에 담긴 은유와 암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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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김윤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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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신간이자 장편소설로는 첫작품인 <<내 집 마련의 여왕>> 읽기를 앞두고, 전작을 한 권쯤은 읽어두고 싶은 마음에서 집어든 책이다.

  여덟 편의 단편들은 현대인의 외롭고 고독한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현실 부적응자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은 상처와 고통을 견디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그렇게 도달한 곳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마치 시작점으로 되돌아 온 듯한 인상을 준다. 고통으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고, 마치 우리의 인생이 한 고비 한 고비를 참아넘기는 숙명과도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살인과 분열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정신적인 상태를 끄집어내기 위한 것.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법한데도 지나치지 않을 적정 선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 중 <그가 사랑한 나이아가라>와 <타잔>이 재미있었고, 모든 작품이 대체로 평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의 장점이라면 단연 이야기 속에 다양하고 독특한 소재를 끌어들여 글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과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방식을 달리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줄곧 작가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전체적으로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초반의 긴장감과 기대가 글 마무리에 이르러 지나치게 평범해지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작품 활동과 시간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문제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된다면 다시금 찾아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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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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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성장소설은 언제 읽어도 참 흥미롭다. 그리고 따뜻하고 슬프고 애틋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미르는 자신의 하인이자 친구였던 하산이 자신 때문에 폭행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도망치는 대가로 스스로 비겁자라는  죄의식 속에 고통스러워 한다. 더구나 자신의 비겁함을 환기시키는 하산이 보기 싫어 누명을 씌워 그를 집에서 내쫓기까지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과오를 비밀스럽게 숨기며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 행동이 비겁하다거나 죄라고 생각되기보다는 그저 아이다운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늘 아미르에 충직했고 그를 지켜주었던 하산과, 자신의 죄를 외면하려 했던 아미르에게서 순수하면서도 슬프고 나약한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 때문에 일찍 성장한 하산과, 아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 사랑을 갈구했던 아미르는 마치 시대와 어른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나약한 피해자와 같다. 

   '거짓말을 하면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는 훔치는 것'이라는 아미르의 아버지의 말이 상징하듯, 이 아이들의 모습은 굴곡있는 역사와 전쟁 속에 권리를 빼앗기고 힘 잃은 그들의 모습과 흡사해보인다. 

  손이 베이면서도 유리 먹인 연줄을 놓지 않고 연날리기를 하는 것이나, 그 연을 쫓아가는 아이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하여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연이 '성공'을 상징한다면, 그 죄를 늬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하산의 아들과 함께 연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은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죄의식을 날려보내는 그것처럼 평화롭게 느껴진다.

  아미르가 던지는 석류를 빨갛게 뒤집어 쓰면서도 고스란히 맞고 서 있던 하산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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