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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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어린 아이의 눈에 보이는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냈다.

  이름 없는 어린소녀(주인공)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가출한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느끼고 '진짜엄마'를 찾기 위해 떠돌아 다닌다.

  '내가 진짜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이유는 진짜엄마가 그리워서도, 진짜엄마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가짜를 가짜라고 확신하기 위해서, 이유는 그 뿐이다. 진짜를 찾아내야 가짜를 가짜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p111

  가정의 폭력성과 무관심,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소녀의 눈빛이 거늘하고 거칠다. 마담, 장미언니와 할머니, 그리고 달수아저씨와 폐가의 남자. 소녀는 한때 그들이 자기가 찾던 진짜엄마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들에게서 버려지거나 도망치면서 진짜엄마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리를 떠돌며 내가 정했던 진짜엄마의 조건은 모두 껍데기고 포장이며 환상이고 거짓말이다. 나의 진짜엄마는 어떤 얼굴이라도 가질 수 있으며 그래서 결국, 어떤 얼굴이라도 상관없는 그런 사람이다. ... 이제야 알겠다. 그런 사람을 찾기는 너무 쉽고, 너무 쉽게 때문에 나는 여태 못 찾고 있었다. 너무 흔하니까. 어디에나 있으니까'(p274)

  비극적인 결말이 주는 여운 때문에 책을 덮고나서도 한참을 마음이 불편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내 옆에 이런 소녀가 하나쯤은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현실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 신인작가의 패기 넘치는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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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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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려령의 작품은 '완득이' 이후 두번째 읽었다. 청소년기에 흔히 있을 법한 친구들 사이의 왕따와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무거운 내용이었으나 쉽고 빠르게 읽혔다.

  평범한 여중생 '천지'가 의문의 자살을 하고, 그녀의 언니 '만지'는  동생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탐색하면서 동생의 죽음의 원인을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동생의 절친한 친구라고 알고 있던 '화연'이 동생을 교묘하게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다섯 개의 털실 뭉치를 찾아내는 것으로 동생 천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달랜다.

  무겁고 슬픈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주변인물, 특히 엄마와 만지, 그리고 미란미라 자매의 대담성과 씩씩함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 그리고 동생을 떠나보낸 슬픔,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미라와 미란 자매가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 상처를 가슴에 묻고 서로에게 위로받는 모습이 훈훈하다.

  하지만 오대오 아저씨, 학교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주변인물은 제법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사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허무하게 퇴장해버린 느낌이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이는 화연이 결말에서 잘못을 늬우치는 것에 진정 진심이 실린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천지가 마음 먹기에 따라선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고.

   어른인 나로서는 어른의 입장에서 읽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나보다. 강하고 바른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 부모와 선생님이 해야할 조력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완득이'가 더 좋았다. 더 괜찮은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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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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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작가인 줄 알았는데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의 작가 이지형과 동일인물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지민은 이지형의 새필명이라고. 어쨌거나.('어쨌거나'는 작가가 작품 안에서 말버릇처럼 많이 사용하는 것)

   제목과 표지의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시공간을 넘나듦이 자연스럽고 인물들의 대화는 유쾌하며 상황은 황당한, 이런 소설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상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그려졌고, 사건을 전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글을 많이 써보았겠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 바이러스에 영감을 얻어 이 글을 써내려갔다고 했는데, 일단 사랑의 감정을 전염시키는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상상력과, 청춘의 사랑을 바이러스와의 투쟁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이 바이러스 간염의 증세는 마치 처음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다. 고열이 나면서 과거의 환영이 나타나고, 행복의 기운이 느껴지고, 눈앞에 보이는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입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으나 진짜사랑인지 가짜사랑인지 헷갈리고, 지난사랑에 대한 실패와 두려움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분명 사랑의 마법에 걸린 자의 모습이다.

   다양한 상황설정과 빠른 전개력, 그리고 딱 떨어지는 결말까지 단단하게 짜여진 느낌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주제와 감동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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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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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면 '과연 어떤 털을 말하는 걸까' 피식 웃음부터 짓게 된다. '털'이라는 말이 이상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엔 차마 주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열 일곱 살의 사춘기 소년 일호가,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학교의 규율에 반대하며 벌이는 투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발소를 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뜻하지 않게 늘 짧은 머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일호는 교내에서 두발상태의 표본이 되었고 친구들로부터 범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다. 어느날 일호는 체육선생님이 머리가 긴 한 친구의 머리에 라이터를 가까이 가져다 대는 사건을 목격하면서 선생님께 강하게 반발하고, 인권과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을 준비하다가 적발되는 터에 정학을 맞는다. 

   이 십여 년을 가출하였다가 돌아온 아버지, 대대로 장인정신을 담고 이발소를 지켜온 할아버지는 그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지혜를 가르쳐 보인다. 선생님 앞으로 불려간 아버지가 불합리한 규율을 분명하게 지적하며 일호를 그런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말하며 데리고 나오는 장면,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머리를 별모양으로 깎아주는 모습에서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특별하거나 새롭다는 느낌은 약하지만, 정확한 문장력에 감탄했고,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과 정신을 일깨워주어 만족스럽다. '털'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작가의 역량도 칭찬할 만하다. 여러모로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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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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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집어들었던 책이다.  젊은 신예작가의 참신한 내용과 신선한 발상을 기대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문학상의 위상이 의심스러울만치 부족한 작품이다. 빌려 읽은 게 아니었다면, 책을 읽는 데 쓴 한두 시간의 시간은 어쩔 수 없다쳐도, 본전 생각이 간절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두루 인정받은 기성작가의 작품만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된다. 또 서평부터 꼼꼼히 읽고 책을 선택하거나.

   주인공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문제아로 찍혔고, 대학에 관심이 없었으나 어쩌다 재수한 끝에 서울 근교에 있는 전문대학에 다닌다. 동기생들과 유흥문화를 즐기던 중, 노래빠에서 남자도우미 '제리'를 알게 되고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녀의 옛애인 '강'과도 관계에서 그랬듯, 사랑이라기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로 유지된다. 

   작가는 갈길 잃은 20대의 방황을 그려내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허나 유흥문화에 휘청대는 그들은 하다못해 한심해 보이고, 성적 묘사 남발은 거북스럽고, 기껏 피어싱의 아픔을 그들의 고통으로 확장지어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치 어린아이같이 투덜대고 푸념하는 소리에 싫증이 난다. 그것이 실제 20대의 일부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문학의 역할이란 삶의 내면을 통한 성찰의 작업이 아닐지.

  '꿈'이란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청춘소설이라니. 참으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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