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양장)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글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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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추천도서라기에 학생들 먼저 읽고 내가 읽었다. 그림도 많고 글이 짧아 금세 읽힌다.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 두 마리의 애벌레가 겪는 사랑과 모험 이야기다. 호랑 애벌레는 수많은 애벌레 무리에 휩쓸려 애벌레 기둥을 타게 된다. 구름에 가려진 정상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서로 경쟁하듯 밟고 밟히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애벌레 틈바구니 사이에서  노랑 애벌레를 만나고,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한 두 마리의 벌레는 기둥을 오르는 일에 환멸을 느껴 기둥을 내려온다. 그리고 둘만의 사랑으로 행복해 하지만 호랑 애벌레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금 애벌레 기둥을 오른다.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단단한 고치 속에 들어가 나비가 되어 애벌레 기둥을 쉽게 날아오른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p.75)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분명 나처럼 호랑 애벌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자아와 꿈 실현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사회의 잣대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오늘도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신을.

   꿈의 실현에 있어 고통스럽지 않은 과정은 없다는 삶의 진실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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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김도연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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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연의 작품 몇 권을 읽어보기로 했다. 세련되기보다는 순박하고 의연한 글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를 팔러 나왔다가 소는 팔지 못하고 소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 사내의 이야기다.  그 사소한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소와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사건 하나로 긴 글을 풀어가는 작가의 힘과 근성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소를 팔아 치우겠다고 결심한 사내는 소를 팔지  못하고 우시장을 떠난다. 그리고 과거에 나를 버리고 떠났던 옛애인의 남편이자 친구의 죽음소식을 듣고 소를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분명 사내가 소를 끌고 다니지만,  소와 나누는 대화나 소의 행동을 보면 사내가 의뭉스러운 소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내가 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결말에 이르면 행여 소를 잃을까 안절부절하는 사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이쯤되면 귀찮아하면서도 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내의 속마음이 궁금해진다.

   막막하고 답답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소에게서도 발견한 것이었을까. 처음 만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를 건너고 싶어하는 소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소를 데리고 도시로 향하는 길에서 그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여행은 자신을 깨달아가는 여정이며, 마치 한번도 꿈꾸어 보지 못했을 소의 꿈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이었는데, 소설의 소재와 전개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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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기의 혁명 - 개정판
손석춘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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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그만치 보름 동안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읽었다. 역시 신문기자 출신의 글 답게 글이 막힘 없이 술술 풀린다. 제목이 좀 비장하긴 한데, 신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부분의 신문의 편집 과정, 그리고 신문사 조직체계와 업무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고, 신문의 속성 또한 어느 정도 알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문 기사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사의 문맥과 편집에 담긴 의도를 밝혀나가는 것은 꽤 흥미로웠다.

   작가는 '신문 편집'에 주목하고, 이것에 신문 바로 보기의 열쇠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세력과 사회자본세력의 '보이지 않는 권력'은 신문 편집의 왜곡된 구조를 발생시키고, 이는 독자의 가치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독자는 편집의 원리와 구조를 꿰뚫어보고, 신문을 재편집해서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체는, 신문은 사실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읽는 독자의 가치판단으로 기사를 재편집, 생산해내는 것이 올바른 신문보기라는 것. 앞으로 신문을 읽을 때는 주의있게 보고 탁월한 안목을 키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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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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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바뀐 초등학교 5학년 개정 국어교과서에 이책의 내용 일부가 실려, 기왕이면 전문을 읽어보자해서 학생과 함께 읽게 된 책이다. 책에 실린 부분은, 전기수가 '놀부전'을 읊고 이를 듣는 사람들이 다음 대목을 궁금해하는 장면이다.

   배경은 서학이 들어오고 천주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 말. 필사쟁이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 때문에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를 맞고 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족 없이 혼자 남은 장이는 책방 주인 최 서쾌 밑에서 책을 배달하는 심부름을 하다가, 단골손님 홍 교리에게 전달한 것이 천주학 책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천주학쟁이들이 발각되어 뒤쫓기게 되자, 장이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았던 홍 교리에 대한 믿음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그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한다.

   꾸밈 없고 과장되지 않는 인물이 참으로 친근하다. 허궁제비에게 당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 낙심이를 바라보는 눈길, 그리고 최 서쾌나 홍 교리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모습 속에서 어린아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굴곡 많은 아버지의 길을 운명처럼 걸어가는 장이의 모습에는 신념같은 것이 보인다.

   역사적 배경과 사건, 그리고 당시 서민문화가 글 속에 잘 잘 녹아 있다. 외롭고 착한 아이를 보듬어주는 책이어서 마음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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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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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는데 만화책이었다.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에 맞서고 직선제 개헌을 외친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실화를 그려냈다.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그림과 글인데다가, 또 만화책의 특성상 쉽고 간결하다. 

  최루탄 냄새, 비밀 집회, 대학생들의 데모, 그리고 고문치사사건과 열사의 죽음. 두려운 마음 가운데서도 끓어오르는 민주화의 열망을 부르짖었던 젊은이들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p92)

 

   그로부터 이 땅에 민주사회가 바로 섰는가하면 선뜻 긍정적 답을 내릴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국민들이 단결된 마음과, 민주화 운동에 몸바쳐 뛰어들었던 그들의 끓어넘치는 뜨거운 가슴을 기억하고, 성숙된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후세대의 과제일 것이다.

   마침 책 뒤의 부록 형식으로 담긴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사회를 바라보는 넓은 시각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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