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김도연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김도연의 작품 몇 권을 읽어보기로 했다. 세련되기보다는 순박하고 의연한 글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를 팔러 나왔다가 소는 팔지 못하고 소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 사내의 이야기다.  그 사소한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소와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사건 하나로 긴 글을 풀어가는 작가의 힘과 근성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소를 팔아 치우겠다고 결심한 사내는 소를 팔지  못하고 우시장을 떠난다. 그리고 과거에 나를 버리고 떠났던 옛애인의 남편이자 친구의 죽음소식을 듣고 소를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분명 사내가 소를 끌고 다니지만,  소와 나누는 대화나 소의 행동을 보면 사내가 의뭉스러운 소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내가 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결말에 이르면 행여 소를 잃을까 안절부절하는 사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이쯤되면 귀찮아하면서도 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내의 속마음이 궁금해진다.

   막막하고 답답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소에게서도 발견한 것이었을까. 처음 만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를 건너고 싶어하는 소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소를 데리고 도시로 향하는 길에서 그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여행은 자신을 깨달아가는 여정이며, 마치 한번도 꿈꾸어 보지 못했을 소의 꿈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이었는데, 소설의 소재와 전개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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