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중독 1
공구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공구구 프로젝트 탄생하다

개인적으로 양아 작가의 <천국의 고양이들>을 아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그 깔끔한 그림체가 기억에 잘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애완 동물의 이야기가 아닌 순정만화의 정석인 연애물에 도전한 후속작품인 <설탕 중독> 역시 가는 펜선과 풍부하게 살아있는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 참 마음에 든다. 양아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했던 펜들은 그 이름이 '공구구'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당황하기 쉽지만, 이번에는 양아 작가만이 아닌 마리아와 양아의 합작 프로젝트팀 공구구가 탄생한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 만화계에 스토리와 그림을 구분해서 따로 작업하는 작품이 이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더욱 전문성을 높혀가기 위해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를 구분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있지만, 공구구의 경우에는 그 작업 분담이 그림/스토리로 나누어지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때문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콤비네이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위험한 달콤함, 설탕이 고파!

<설탕 중독>은 설탕처럼 달콤하지만 중독되면 위험한 연애와 사랑에 관한 만화이다. 시작부터 여자주인공의 어린 시절 만났던 귀엽고 약한 남자 아이를 등장시켜 순정만화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재규는 건강하고 씩씩한 시골 소녀인데, 꽤 어리버리하고 무식(?)하기 때문에 코믹한 캐릭터이다.집이 재해로 무너져버린 뒤 쌍과부댁 할머니는 둔한 여주인공을 쫓아버리고 서울로 올라온 그녀의 삶은 가는 곳마다 사고와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그녀와 관계 맺게 되는 문어발식으로 확장되는 꽃미남들이다. 재규를 어릴 때부터 짝사랑해왔지만 말빨이 안되 발만 동동 구르는 희도,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성질드러운 미남 휘환, 살짝 살짝 전개되는 그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를 생각하는 것이 재미이다. 2명의 늘씬하고 멋진 남자주인공을 놓고서 누구를 택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오는 날, 우유랑

순정만화에 쓰일 법한 정석들을 깔끔하게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개나 구성적 특이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가 백만 가지 똑같은 할리퀸을 탐독하는 것과 백만 명의 똑같은 꽃미남을 탐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설탕 중독>을 여타의 특징없는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평가이다. 군데군데 터져나오는 코믹함이 만화를 읽는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왜 휘환이는 괴로워할까, 재규의 오빠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가? 왜 희도는 재규 같은 애를 좋아할까?) 느긋하고 즐겁게 다음 지켜보고픈 작품이다. 물론 그림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자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귀엽고 예쁘고 깔끔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우유 한잔과 함께 배 깔고 앉아서 우울함을 날려보내기에 좋은 만화 <설탕 중독>, 보고 보고 또 보고 위험하지만 우리 그 달콤함에 중독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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