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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27살의 여자 가정부가 있었다.
어느날 대모의 파티에 초대받아 괜찮아보이는 남자, 괴텐을 만나고 하루를 보낸 그 다음날,
카타리나는 괴텐을 숨긴 혐의를 받고, 하루만에 살인범의 정부가 되고, 마치 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의심받는다.
말 그대로 하룻밤만에 날벼락, 그러나 거기에 더한 부채질로 카타리나를 더욱 궁지에 몰아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언론이었다.
언론은 가족, 주변사람들의 인터뷰를 그들이 말한 것과는 다르게 왜곡시켰고, 카타리나에게 불리한 추측들을 더욱 확대시켰다.
문제는, 언론은 그들이 그렇게 쓴 기사들로 인해 카타리나 블룸이 입을 피해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카타리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언론지,<차이퉁>, 그들의 기사로 인해, 카타리나는 매일 모욕적인 전화와 편지들,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 그녀와 친한 사람들까지 빨갱이로 몰아가고, 그녀의 아파트 회사로부터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까지 받아야 했는데도 말이다.
<차이퉁>지를 보며 낙담하는 카타리나에게 그나마 조심스럽게 쓰여진 다른신문들을 보여주는 여경에게,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라고 외치는 카타리나의 모습은, 말과 글이라는 무한정한 힘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는 이곳, 언론의 모습과도 교차된다.
결국, 카타리나는 한명의 기자를 살해하는 것으로 복수를 끝맺는다. 카타리나의 명예와 미래를 실추시킨 것이 기자 한명 뿐이겠냐마는,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는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또한 어떤 언론지에게는 하나의 해프닝이며, 신문 많이 팔리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