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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환한 물
 
글 정채봉 l 그림 김세현 l 2009년 9월 5일 발행
 

흰구름이 들려주는 골 깊은 산속 암자에 사는 한 스님 이야기. 눈 내린 겨울 배고픈 짐승들에게 먹거리를 주고, 개울가 돌덩이에 낀 이끼가 얼어 죽지 않도록 보살피는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 정채봉 작가의 단편 동화가 김세현 작가의 간결하고 힘 있는 선묘와 담대한 색으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초등학생이 읽기 좋은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 그림책『꽃그늘 환한 물』을 소개합니다.


흰구름이 들려주는 맑은 세상 이야기
이 그림책은 “흰구름이 이야기하였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정채봉 작가는 흰구름이 세상 곳곳을 떠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동화를 즐겨 썼습니다. 작가는 평생 서른 권이 넘는 책을 통해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맑고 순수한 마음,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정채봉 작가는 정형화 되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와 깨끗하고 순수한 색의 ‘흰구름’이라는 상징을 사용해 동심의 이야기, 맑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흰구름이 화자가 되는 16편의 동화를 묶은 작품집 『꽃그늘 환한 물』(1989, 문학아카데미)의 ‘이 책을 읽는 분들께’에서 과학자 친구에게 ‘살맛나는 동심의 이야기’를 전하는 ‘흰구름 안테나’를 선물 받아, 흰구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또 서두에 실린 짧은 글 ‘흰구름의 말’(“나는 푸른 하늘을 오고 가면서 땅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서 맑은 것만 가려서 보고 있어. …… 서로 미워하고 다투는 일들만 보는 검은 구름하고는 정반대이지.”)을 보면, 작가가 구름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물빛보다 환한 눈빛으로 만물과 대화하는 스님
『꽃그늘 환한 물』에서 흰구름은 산속 깊은 곳에 머무는 한 스님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눈이 크고 키가 큰 이 스님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나무하고 밭 매고 밥 짓고 공부하며 홀로 살아갑니다. 빨래를 하다 말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개울물에 눈을 준 채 마냥 앉아 있는 스님의 눈빛은 물빛보다도 맑습니다. 스님은 잘 닦아 놓은 마루에 발자국을 낸 새들에게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갈무리해 둔 무를 꺼내 배고픈 산 짐승들을 거두어 먹입니다.
가을 장에 다녀오던 스님은 개울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있는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하고는 추운 겨울 이끼가 얼어 죽지 않도록 거처로 데려옵니다. 스님은 이끼 덮인 돌을 가져오며 개울가 풀, 돌, 물고기를 향해 조곤조곤 말을 건넵니다. 데려와서는 돌이끼와 방 안 사물들이 서로 낯설지 않도록 인사를 나누도록 하지요. 스님은 이렇게 주변 모든 사물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고, 존중하고 보호하며 불가에서 이르는 ‘자비’를 몸소 실천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생명 사이에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마음이 옅어지는 세상 풍속에 견주어 볼 때 스님의 행동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되자 스님은 예전 자리에 돌을 도로 가져다 놓습니다. 그러고는 모두에게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이르지요. 이끼에게도 어려움을 견디며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합니다. 연약한 존재를 돌보지만, 스스로 힘을 키워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은 진정으로 대상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이겠지요. 그렇게 스님은 작별 인사를 전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산수유 꽃가지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동화
정채봉 작가는 활발하게 글을 쓰는 작가인 동시에 평생을 출판인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많은 문인은 물론,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님, 김수환 추기경님 등 종교인들과도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법정 스님은 정채봉 작가가 만들던 잡지 샘터에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긴 기간 연재글을 실었으며, 작가의 책에 발문을 써주기도 했습니다.
‘꽃그늘 환한 물’은 법정 스님의 삶을 모티브로 쓴 작품입니다. 법정 스님은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승려이자, 대중을 일깨우는 맑고 단정한 글들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특히 1970년대 말 여러 업적과 모든 직함을 버리고 순천 송광사 뒷산에 스스로 불일암을 지어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홀로 수행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70대 후반 나이에 강원도 산중에서 거처를 알리지 않고 여전히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동화 안에서 눈이 크고 키가 큰 스님으로 그려지는 법정 스님의 소박한 삶은 가까이에서 존경의 마음을 품은 작가에게 울림을 주었고, 이는 좋은 창작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간결하고 담대한 그림, 깊은 사유와 실험이 낳은 개성
원고를 읽고 정채봉 작가와 법정 스님의 인연을 들은 김세현 그림 작가는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송광사 불일암을 찾고는 했습니다. 작가가 직접 붓으로 쓴 작가의 말(“좁았던 화면의 여백을 넓히고 비울수록 넓어지는 무한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어. 단순 소박한 삶을 생각하며 변화를 구하고 못난 그림을 그려 보려 했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세현 작가는 오랫동안 이야기 속 스님의 단순 소박한 삶, 자연의 상태를 화면으로 담을 방법을 강구합니다. 작가는 불일암에서의 사생(寫生)을 통해 낡은 생각을 일깨우는 과정을 겪으며 그림을 완성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전각과 민화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며 그림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 작가는 진지한 생각과 고민을 한지 위에 형태는 단순하게, 색은 담대하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비우고 덜어내는 방식을 통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남기고 간결한 형태를 추구한 굵고 담대한 선묘와 밝고 활달한 기운을 전하는 과감한 색들의 어우러짐은 독자들에게 그림 보는 즐거움을 전합니다. 오래 관찰한 풍광의 변화, 자연에 스며들어간 인간의 삶은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 되는 가운데 개성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모든 사물과 사물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연결지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땅에서 풀, 나무로, 인간 혹은 인간이 머무는 집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표현해 본 도입부의 장면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하나 김세현 작가는 화면 속에서 크기가 큰 것과 작은 것, 밀도가 높은 것과 낮은 것, 바른 것과 기울어진 것들의 조화를 구하고 있습니다.화면 속 변화와 어우러짐은 작가의 이러한 생각에서 표현된 그림으로 잘 전달됩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신작 그림책 『꽃그늘 환한 물』
국내외 완성도 높은 단편 문학을 개성 있는 그림으로 담아낸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1996년 첫 권 『폭죽소리』를 시작으로, 『소나기』, 『만년 샤쓰』, 『메아리』, 『나비를 잡는 아버지』, 『들꽃 아이』까지 그 동안 모두 열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정채봉 작가의 잔잔한 울림이 있는 단편 동화 「꽃그늘 환한 물」과 『만년 샤쓰』, 『준치 가시』, 『엄마 까투리』의 작가 김세현의 담대한 그림이 조화를 이룬 그림책 『꽃그늘 환한 물』. 초등학생 독자들은 물론 그림책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까지 두고 두고 보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정채봉
1946년 전라남도 순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1971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73년에 동화 ‘꽃다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월간 샘터 편집부 기자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샘터사에서 일했습니다. 문학아카데미와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동화책과 산문집, 소설, 시집 등 서른 권이 넘는 책을 썼습니다. 2001년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김세현
1963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림책 『만년샤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2009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관 원화 전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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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라 이곳저곳 다닐 곳은 많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되시지요? 길벗어린이가 여름방학을 맞아 공연 이벤트 3종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5자로 표현해보시고, 공연 초대권의 기회도 잡으세요! 글을 올려주신 분 중 총 35분을 뽑아, 신나는 공연 초대권을 증정합니다.
이벤트 응모 기간 : 2009년 8월 5일(수)~8월 9일(일)
이벤트 응모 방법 : 길벗어린이 홈페이지 > 독자마당 > 열린 게시판 (바로 가기 ☞)
 
  1. 제목에 받고 싶은 [공연명]을 함께 적어주세요.
    예) [노래하는강아지똥] 내가 생각하는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
  2.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5자로 표현"해주세요.
    예) 지원이 혹은 병관이는 ○○○○○(이)다.

    ※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는...
    생활 속 생생한 에피소드를 포착, 발랄하고 재치 있는 그림으로 담아 낸 시리즈로 두근두근 마음 여린 지원이와 개구쟁이 병관이의 생활 이야기입니다. 마치 ‘우리집 이야기’인 듯한 <지하철을 타고서>, <용돈 주세요>, <손톱 깨물기>, <두발자전거 배우기>를 통해 지원이와 병관이를 만나보세요.

이벤트 주의 사항 :
 
  1. 꼭 가실 수 있는 분만, 가고 싶은 공연을 하나씩 선택해서 신청해주세요.
  2. 위 3가지 공연의 중복당첨은 안됩니다.
당첨자 발표 : 2009년 8월 11일(화), 길벗어린이 홈페이지

 
     
 
 
[공연 안내 1] 백창우 아저씨와 굴렁쇠아이들이 꾸미는 별난 콘서트《노래하는 강아지똥》


아이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노래를 만드는 백창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노래모임 굴렁쇠아이들이 고 권정생 작가의 그림책 <강아지똥>으로 노래극을 만들어 성균관대학교 새천년 홀에서 콘서트를 엽니다.
특히 이번 노래극 콘서트 《노래하는 강아지똥》은 2009년 4월 새로 발간된 <노래하는 강아지똥> 음반을 중심으로 노래를 구성하고 거기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 기존의 동요콘서트에서 보기 드문 이색 콘서트로 새로워진 굴렁쇠아이들의 콘서트를 만나는 장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장소 :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 홀
기간 : 2009년 8월 19일(수) 2시, 5시
20일(목) 11시, 2시, 5시
21일(금) 11시, 2시, 5시
22일(토) 2시, 5시
상세 정보 : http://www.100dog.co.kr/
 


[공연 안내 2] 피터와 늑대 Peter and the Wolf


러시아가 낳은 천재 작곡가 프로코피에프가 1936년에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한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가 30분 분량의 스톱 프레임 모션 애니메이션과 함께, 생생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소개됩니다. 어린이들은 클래식 음악을 보고 듣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 공연 1시간 전 로비에서 클래식 공연 에티켓 인형극을 상연합니다.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간 : 2009년 8월 19일(수) ~ 20일(목) 오후 7시30분
상세 정보 : http://www.sejongpac.or.kr/
 


[공연 안내 3] 2009 여름방학 어린이 그림동화 체험전 - 동화와 놀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동화와 놀이전》은 「숲과 숲속 동물」,「바다와 바다 속 동물」 등 자연과 관련된 4개 주제로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권혁도 작가의<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 김동성 작가의<메아리>, 김재홍 작가의<고향으로>, <동강의 아이들>, <숲 속에서>, 한선현 작가의 <토끼 뻥튀기> 등의 원화와 유승하 작가의 <아기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 원화 아트 프린팅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장소 : 충무아트홀 갤러리 및 컨벤션 센터
기간 : 2009년 7월 26일(일) ~ 8월 30일(일) 오전 10시~오후 7시
상세 정보 : http://www.igrou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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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에서 자란 어린시절, 세밀화 작업과 곤충에 대한        이야기까지, 권혁도 작가를 길벗어린이가 만나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어요.  

내가 어린 시절 마음으로 돌아가서 궁금한 것 관찰하고 애벌레도 길러보고   

그림일기 그리듯이 관찰 기록하는 것이 내 그림책 이예요."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가 이제 막 출간된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나비 애벌레 그림책을 그리는 중입니다. 사람들은 애벌레를 무척 징그러워하지요. 하지만 애벌레는 징그러운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징그러운 척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징그럽게 보이는 것이 나비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뭔가 시작하시면 오랫동안 끈기 있게 하시는 편이시죠?

(창가의 단풍나무를 가리키며)저 나무가 21년 됐어요. 딸아이랑 동갑이죠. 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단풍나무 떡잎을 화분에 옮겨 키우기 시작한 게 20년이 넘었네요. 제 성격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포기가 잘 안돼요.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생각이 어디에선가 숨어 있다가 틈만 나면 불쑥불쑥 튀어 나와요. 끈질긴 면이 있지만 나는 미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보다 더 미련한 사람은 길벗어린이 사장님 아닐까요?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사장님은 책 한 권을 5년이나 기다리기만 했으니 나보다 더 미련한 사람 아닌가요?

 

지금까지 그려오신 세밀화 원본들

20년 넘은 단풍나무 

 

처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 그리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에게 유년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제부터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때는 시골이라 미술학원도 없었고 미술교과서가 유일한 선생님이었어요. 방학이면 미술책을 보고 이것저것 그려보고 만들어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어요. 시골집 근처에 찰흙이 나오는 골짜기가 있었는데, 가져간 호미로 찰흙을 캐서 해가 질 무렵까지 바위에 걸터앉아 동물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며 놀았어요. 찰흙으로 만든 것을 아궁이에 숯불로 구워 보기도 하고 깡통 속에 버드나무 가지를 넣고 구워서 목탄도 만들어 봤어요. 가장 두려운 경쟁자는 뭔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지요.

관찰하셨던 일부 곤충들과 허물

모두 세심하게 보관되어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서 자라셨군요?

네. 집 앞 개울을 따라서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조그만 폭포가 있었는데, 거기서 목욕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놀았어요. 그곳에서 어느 날, 나무 밑에 새똥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봤어요. 위에 새둥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밤나무 가지에 둥지가 있었어요. 잽싸게 나무에 올라가 보니 부화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의 새끼가 3마리 있었어요. 솜뭉치처럼 하얀 솜털에 노란 눈의 새까만 눈동자와 꼬부라진 부리의 콧구멍 위에 노란딱지가 너무도 예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이도 나쁜 일이지만, 그때는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에 새끼들을 훔쳐왔어요. 망태기 안에 담았던 소꼴을 다 쏟아버리고 매 새끼 3마리를 담아 오는데, 어미가 날아와서 내 머리를 할퀴고……. 숨어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집으로 왔어요. 그때는 여름 방학이면 새를 키우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 자랑거리였어요. 그 때 아주 인기 좋았던 새가 청호반새였어요. 여름 방학이면 우리 동네에 어김없이 찾아오던 여름철새였는데, 흙이 무너진 벼랑에 구멍을 뚫고 집을 지어요. 물총새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까치보다 조금 작고 붉고 큰 부리와 몸 색깔이 무척 화려해서 한번만보면 누구나 반하는 새지요. 까르르르륵 까르르르륵 하면서 날아가는 것을 보면 어느 골짜기 어디쯤에 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가보면 틀림없어요. 그렇게 데려와서 기르다보면 여름방학이 다 지나가요. 내 기억에 매는 여름방학이 끝나고도 2주정도 더 키워서 날려 보낸 것 같아요.

 

직접 키우며 관찰한 흰줄나비 애벌레

잎을 갈아먹으며 점차 자라납니다.

 

 

   

 

어느새 완연한 모습을 갖추었죠?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어요.

 

곤충을 집에서 기르시면 가족 분들 반응은 어떠세요?

무섭다고 무척 싫어하죠.(웃음) 한번은 겨울에 사마귀 알집을 가져와 책상 서랍에 두었다가 다음해 5월 아침에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애벌레들이 깨어나서 책상과 창문과 천정에 새까맣게 붙어 있었어요. 한 마리 한 마리는 너무 귀엽고 예쁜데 너무 많은 애벌레가 방안에 가득하니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식구들이 보면 놀랄까봐 조용히 문을 닫고 대나무 핀셋으로 큰 유리병에 주워 담았어요. 잡으려하면 애벌레는 펄쩍 뛰어서 다리를 쭉 뻗고 낙하를 해요. 몸이 가벼우니 꼭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천정에서 침대와 책꽂이 위로 아무구석으로나 떨어졌어요. 한참동안 주워 담으며 세어보았더니 260마리 정도 되더군요. 보통 180마리에서 200마리 정도라고 하는 데 그 알집은 무척 크고 튼튼해 보였어요.《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에 나오는 사마귀 알집이 바로 그 알집이지요. 사마귀 한 살이를 관찰하기 위해 3마리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야산의 풀밭에 놔줬죠. 그 뒤에도 며칠 동안 책꽂이 뒤에서 한 마리가 쏙, 서랍에서 한 마리 쏙 나오니까 아이들이 알아서 그 방에 들어가지 않더군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무서워해요.(웃음)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중.

 ② 세밀화, 그리고 신작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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