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벨 ㅣ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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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대신 한 문장
📖 78p
"많이 슬프겠지만 그래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잖아요,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죠."


평생을 '아름다움'에 쏟아부은 사람이 있다. 아니, '젊음'이 더 알맞겠다. 여성으로서 가장 만개했다고 볼 수 있는 나이, 20대. 영원히 20대 같아 보이길 갈망하며 타인에게 사랑 '받으려' 했다. 사람은 늙는 게 당연하지만 『제자벨』 속 글라디스에게는 재앙같은 일이었다.


73p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꽃처럼 만개했던 한순간, 어떤 여름, 찰나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다. (...) 글라디스는 도취되어 있었다.


글라디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며 군림하는 것을 즐겼다. '매 순간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면의 평화'로 느끼는, 아름다움이 곧 존재의 이유인 것처럼 굴었다.


📖 139p
글라디스에게는 젊음이 필요했다. 젊음이라는,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않는 절대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은 없다. 글라디스 역시 인간이었고, 늙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용납할 수 없는 태도를 취했고, 딸의 나이를 낮추고 '여자'가 되는 순간까지 부인하면서 자신을 기만한다.


129p
"혼자 남는 건 너무 끔찍하잖아요."


글라디스는 왜 이토록 늙는 걸 두려워했을까? 아마도 그녀에게 '늙음'은 '홀로 남는 것'이었으리라. 결국, 자신이 철저히 버려지는 것과 같았기에, 평생을 사랑받기 위해서만 살아온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글라디스의 모습이 현대인과 많이 겹쳐 보인다. 현대사회에서도 '젊음'은 신화화 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기보다 질병처럼 생각하며 극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모두가 젊고 건강하게 늙은 노인이 되려 한다.


293p
"(...)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부여된 행복을 누리고 싶어해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죠? 나는 자유로운 몸이에요. 내 인생은 ..."


50 - 60대의 연예인이 갑자기 젊어진 얼굴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췄을 떄 어떤 사람들은 악플을 단다.(땡겼네 어쩌네 하면서..) 그리고 그 밑에는 시술 병원을 궁금해하는 댓글도 가득하다. 젊음을 향한 욕망은 시대와 관계없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딸의 젊음마저 질투했던 글라디스. 그녀는 진짜 악녀일까. 그저 포기를 배우지 못 한 안타까운 한 인간아닐까.



#제자벨 #이렌네미롭스키 #레모 #프랑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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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이유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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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대신 한문장
이제 나는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다음 계절이 내게 건넬 새로운 이유를 기다려 본다.



시절을 잘 지나온 사람의 글을 좋아한다. 잘 지나왔음이 순탄하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을 음미했다고 해야할까. 시간이 흘러가게 둔 게 아니라, 내가 흘러가게 놓아둔 것처럼. 이 책의 저자도 그리 보였다. 잘 두었다가 꺼내보는 사람.


『계절의 이유』는 작가가 지나온 시간 속 계절의 모습이, 일상의 조각으로 담겨 있다. 글에서 많은 것들이 지나간다. 헤어짐이, 슬픔이, 기쁨이, 희망이 있다가 지나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담담히 흘려 보낸 계절은 새로운 나를 데려온다는 걸 가르쳐줘서일까.


5월의 끝이고 이제는 더워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지나버린 봄이 아쉽고, 다가오는 여름이 궁금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라는 곡이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듣고 자야겠다.



#계절의 이유 #이고은 #잔출판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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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인생 수업 - 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성기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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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 한줄평 대신 한 문단
이 책을 읽노라면 위대한 철학자와 편안한 마음으로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행복한 존재다." _______ <닫는 글>



작년에 동네책방 모임에서 러셀의 책을 처음 만났다. 『행복의 정복』을 읽었는데, 그가 관철하는 행복의 정의와, 이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하는 태도에 관한 논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후에 그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보았다.


러셀의 인생수업은 러셀이 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러셀의 수많은 저서의 내용을 사랑, 지식, 자녀(부모), 불행, 행복, 총 5가지 주제에 나눠 담고, 저자의 해석을 덧붙였다.


저자의 표현처럼 러셀은 '친절한 철학자'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난해하지 않다. 어려운 논리나 딱딱한 철학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접하는 사례나 표현을 가져가 쓰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진솔하다. 이는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더 탐구하도록 만든다. 이런 매력은 이 책이 러셀이 직접 쓰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두 가지 조언이 마음에 남았다.

1. 쾌락으로 역사를 읽어라 : 역사 공부
2. 자신을 향한 지나친 몰입이 불행의 원인이 된다. : 세상으로 나아가기

특히 러셀이 제안한 역사를 재밌게 읽는 방법은 '역사적 인물의 전기나 회고록 섭렵하기'인데, 모임 하나 더 차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다.


#러셀의인생수업 #성기철 #을유문화사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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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김현호 지음 / 샘터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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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저자가 은퇴 후 양평에서 찾은 제2의 삶, 정원을 가꾸고 상담 공부를 하며 얻은 성찰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자연', 그 일부를 빌려와 가꾸고 키워낸 일상을 썼기에 글의 속도가 자연을 닮았다. 느리다. 고저가 크게 없다. 그런데, 여기에 '지루하다'는 표현보다 '피곤하지 않다'가 더 어울린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에는 이런 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들여다 보게 하는 힘. 이 힘은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 일상과 주변을 돌보는 일을, 나의 내면을 살피는 일로 확장시킨다.


내겐 양평의 전원주택도, 넓은 정원도 없어 식물을 직접 가꾸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아파트 단지의 화단과 산책길에서 꽃과 나무를 보며 사유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겠다. 나를 기르는 마음으로 걸으러 나가야지.



#꽃을보다마음을듣다 #김현호 #샘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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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큐베이터
김미루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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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큐베이터 | 김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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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일을 만드는 커리어 창조의 기술


혹시 출근길이나 퇴근길에서 일 때문에 울어본 적 있나. 발밑의 커다란 구멍 속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줄줄 새고 있는 느낌, 일종의 공허함 때문에. 저자는 37살 때 메타 통근버스에서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정말 완전히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이 공허함에서 절실하게 영원히 벗어나 보고 싶다고'.


📖 18p
커리어라는 전차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달린 길도 있지만, 남아 있는 인생 동안 앞으로 달리고 싶은 길도 있다. 그 길이 지금까지 온 궤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일 수도 있고, 앞으로는 새로운 전차로 갈아타고 싶을 때, 우리는 예전과는 새로운 플레이북이 필요하다.


산부인과에서 미숙아를 돌보기 위해 사용되는 '인큐베이터'. 저자는 커리어에 이것을 적용시키는 제안을 한다. 커리어 인큐베이터는 '지금'하고 있는 '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필요하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은 내게 의미 있는가?"

✅️ How to
1. 인류학자적 관점
-> 인류학자처럼 나 자신을 관찰하기
-> 자기 서사를 내려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2. 디자이너적 관점
-> 제한 없이 아이디어를 발상하고 발산하기
3. 과학자적 관점
-> 아이디어를 골라 결과물을 만들어 시도하기
-> 결과물이 틀리면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계속 시도하기


커리어 인큐베이터를 위해서는 인류학자적, 디자이너적, 과학자적 관점이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나를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선, 제한없이 생각할 수 있는 자유로움,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하는 행동.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찾는 '일'이 선명해진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제대로'아는 일은 나를 불안하지 않게 만든다. 이것은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들고, 내 안의 가능성을 더 열어준다.



#커리어인큐베이터 #김미루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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