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랜더 1
다이애너 개벌든 지음, 오현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지루했다. 대체 무슨 내용일까? 사실 처음 한 페이지도 읽지 않고 외면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아는 분의 말씀 중에 언뜻 듣고 다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리고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쉽게 푹 빠져 버렸다. 읽고, 읽고 또 읽고. 처음엔 단순히 ‘오, 이거 재밌네.’ 하는 정도였는데 당찬 여주인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끌렸다. 두 번째 읽으면서 ‘이 작가 대단하네.’ 그리고 세 번째 가서 알았다. 내가 미쳤구나. 미치지 않고서야 또 읽고 싶어질까. 아무래도 원서를 사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문장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다. 처음엔 특히나 더하다. 그런데 주인공들인 클레어와 제이미가 만나면서 부터는 당최 눈을 뗄 수가 없다. 은근히 웃음 짓게 만드는 잘 정제된 유머 감각이 번뜩인다. 그리고 오늘 불현듯 깨달았다. 아아~ 그동안 그렇게 많은 글에서 그렇게 멋진 남자들을 봐왔어도 ‘어차피 소설인걸.’ 하며 별 생각 없이 넘어가던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이상형을 만난 것이다. 잘생기고 멋지고 돈 많고 섹시한, 그런 조건들이 아니다. 제이미는 비록 클레어보다 네 살이나 연하지만, 듬직하고 위기에 강하며 명예롭고 이해심이 넓다. 그렇게 순진할 정도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상냥한 남자가 바로 내 이상형이었다. 클레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전투를 즐기는 덩치 커다란 남자가 아내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런! 그러고 보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결혼 6개월 만에 전쟁으로 6년을 헤어져 있던 남편과 재회한 클레어는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스톤헨지 축소판인 크레이나둔이라는 환상열석에서 갑자기 200년 전의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얼떨결에 엉뚱한 세계에 혼자 떨어지게 되었지만 이 여자, 정말 씩씩하다. 종군 간호사였던 덕분에 치료사로 두각을 나타내며 정말 별의 별 사건에 휘말려 보여줄 수 있는 모험이란 모험은 혼자 다 한다. 그리고 남편인 프랭크의 조상인 악연 랜들에게서 벗어나고자 같은 상황인 제이미와 결혼을 하게 되어 전남편과 현재 남편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마녀로 몰리게 되면서 클레어가 미래에서 왔다는 고백을 믿은 제이미가 환상열석에서 돌아갈 수 있음을 확인하고 보내려고 하지만 결국 클레어는 제이미와 함께하기로 한다. 그리고 또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상큼하게 끝나나 했더니, ‘호박속의 잠자리’라는 2부가 나왔다. 무려 다섯 권. 이건 차마 읽어볼 엄두가 안 난다. 무척 궁금하긴 한데…….  어차피 읽을 거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은 쉬고 싶다.


어쨌든 내가 정말 마음에 든 것은, 과거 마녀로 핍박받았던 여자들이 미래에서 온갖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고 환상열석에 의해 과거로 끌려가게 된 여자들이라는 설정이다. 참으로 독특하고 기발하기도 하지. 시간 여행 소설은 많이 있지만,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교묘히 짜 맞춘 솜씨가 정말 탁월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쓰기도 힘들 터인데. 단, 완벽한 대신 길다. 그 긴 글을 읽기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할 판이다. 기다려라, 호박속의 잠자리야. 하긴, 네가 어딜 가겠냐. 갇혀있는 주제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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