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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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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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상의 수 많은 동물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우리를 보호해줍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동물을 괴롭히기도 하면서 또다른 사람들은 인간의 욕심 덕분에 사라져가고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호해주기도 하죠. 이것은 동물과 인간사이의 계약관계가 아닙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이 가져온 불행이라고 봐야겠지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서로에게 보호하는 삶과 보호받는 삶으로 살아갑니다.

애완동물과 유기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두 눈 사이에서는 관심과 욕심이 왔다갔다 합니다. 버림받은 강아지와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들의 눈빛속에서 동물들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더욱 커져 왔지요. 그리고 동물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라는 이 책은 동물복지에 관한 하나의 상징이 됩니다. 제목에서 잘 알 수가 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동물'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닌 육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만약 이 책을 두고 버림받은 강아지나 상처받은 고양이, 눈물흘리는 코끼리와 기름을 뒤집어쓴 펭귄을 상상했다면 우선 지난 일주일간 먹었던 음식을 되짚어 봅시다. 그 식탁 접시위에 살아있는 돼지, 닭, 소, 참치, 오징어, 새우가 있었다고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바라보고 책장을 넘기는 거죠. 그러면 지난 일주일간의 '동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접시위에 올려져 있었는 지를 알게 될거에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있으면서 서로 미소를 주고 받았다는 거짓말은 하지 맙시다.)


2.

일요일 우리는 어김없이 대형마트로 향합니다. 이것 저것들을 사고 나들이도 할 겸해서 나온거죠. 그 중에서도 역시 '먹을 거리'를 사는 게 제일 큰 목적이에요. 여기저기 많이 둘러보고 쇼핑을 했지만 육류쪽만 다시 돌아볼까요.

소고기 코너에는 각 부위별로 한우, 미국산, 호주산 등이 있어요. 뭐가 더 나은지 모르겠지만 '우리몸에는 우리 먹거리!' 따위의 문구에 세뇌되어 한우가 좋기는 좋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그렇다면 미국산인데, 광우병과 관련해 문제도 많고 미국산은 GMO 콩, 옥수수등으로 뭔가 불안해 찝찝하고 내키지가 않아요. 마지막으로 호주산인데 호주산 척롤을 집어 들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미국산보다는 낫겠지' 그리고 푸르른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으며 노니는 호주산 소를 상상하죠.

카트를 밀어 돼지고기 코너에 갑니다. 여기는 종류가 더 많네요. 산지별도 많지만 목초를 먹인 돼지라나, 녹차잎을 먹인 돼지라나. 왠지 더 건강하고 행복했을 것 같은 돼지의 미소가 그려져요. 좀 더 비싸지만 녹차잎을 먹고 도축당한 돼지를 고릅니다. 녹차잎을 입주위에 묻힌 돼지의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네요.

코너를 돌며 달걀코너에 들립니다. 목초를 먹인 닭이 나은 자연란, 자연을 뛰어다니며 자란 닭이 나은 신선란, 지리산에서 자란 건강란, 제주도 푸른 란. 뭔지는 몰라도 하나같이 알을 낳은 닭이 건강한 듯한 인상을 주네요. 새벽같이 일어나 꼬끼오- 를 외치며 알을 낳는 행복한 닭의 일상이 그려지기도 해요. 자연란이든 신선란이든 죄다 비슷해 보여 그냥 평소에 먹던 목초 먹인 달걀을 카트에 담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카트 속에는 한가로운 소의 울음소리와 행복한 돼지의 미소, 자유로운 닭의 날개짓이 어우러져 있는 듯 해요. 그럴거라고 믿는 거죠. 그리고 그냥 먹는 거죠.


3.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미국 작가가 쓴 미국내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에 관한 이야기에요. 물론 미국만의 이야기로 한정짓는 다고 해도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며(미국인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공장식 축산업을 하는 미국기업의 시스템은 전세계로 뻗어나갔다고 봐야겠지요.

마지막장 추수감사절의 칠면조 이야기를 마저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실제로 농장을 가본다거나 주변에서 농장을 하시는 분들이 없어 이런 저런 검색을 해봤어요. 미약하나마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일례로 FTA때마다 농가들은 수입에 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어느 기사에서 보니 갈수록 농가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군요. 그런데 줄어드는 농가수에 비해 육류의 국내 소비와 생산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아이러니의 매듭에는 밀집 축산 즉, 공장식 축산이 버티고 있는거죠.


우리나라 축산에 관한 부분들은 통계청에서 볼 수 있는데, 통계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면 됩니다.

저는 통계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제별 > 농림어업 > 농업 > 가축 동향 조사 > 닭 시도/월령별 마리수로 들어가 봤습니다. 분류는 3개월 미만, 3~6개월, 6개월이상으로 되어 있네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닭은 태어나서 6개월 내에 도축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닭의 기대수명은 15~20년이죠. 닭에게 15년은 정말 기대밖에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전국 1억 7천여마리중 1억마리가 3개월 미만의 닭이군요. 

돼지 사육규모별 가구수 및 마리수로 들어가보니 전국 1000~5000 규모의 농장에서 돼지 5,253,444마리가 살고 있네요. 한 마리당 평균 4.7 제곱미터에 산다는 건데, 평균 돼지 몸길이가 1.5미터라고 봤을때 평생을 2평 미만의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거네요. 평생이란 말이 적절치 않지만요.

그외 통계청에 친절히 게시되어 있습니다.


4.

축산농가 동물들의 인도적인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삼겹살, 뒷다리살, 가슴살등이 소, 돼지, 닭들을 도축해 얻는 고기라는 사실도 대부분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고기를 소비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 중 잘 모르는 일들도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환경, 질병의 문제가 바로 육식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생산소비위주로 유전자가 변형되고 항생제를 가득 맞고 자란 조류들의 바이러스는 배설물을 통해 전세계에 퍼져있고, 돼지의 분뇨에서는 유독가스가 방출되는데 분뇨의 양이 자동차 배출가스보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더 큰 원인이며, 정화되지 않고 강으로 흐르는 동물들의 분뇨로 바다는 병들어 가며, 그 바닷물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들도 병들고 그 물고기를 잡아 먹는 인간도 병들어 갑니다. 공장식 가축들을 먹이기 위한 곡물들은 있어도, 제 3세계에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위한 밥 한끼는 없는게 공장식 축산의 가장 큰 폐해지요. 저는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옛말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지요. 한 쪽만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사실 하나라도 알아야 둘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하나 조차 모른다면 그것은 무지함이죠. 또 다른 말에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도 있어요. 동물과 관련해서 아니, 우리의 미래와 관련해서 모른다는 건 약이 아니라 독입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는 무지를 변명 삼을 수 없다. 그것은 무관심일 뿐이다' 라고 합니다. 우리가 채식을 하건 육식을 하건 그건 우리 각자 선택의 문제죠. 하지만 우리의 음식들로 인해 벌어지는 현재과 미래의 문제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다같이 공범임을 인정하고 썩은 지구를 만드는 데 가담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관심의 반댓말은 무관심이 아니라 방임이니까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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