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채링크로스 84번지
-
뉴욕에 사는 헬렌 한프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마크스&Co. 중고서점에 20여년간 중고책을 주문합니다. 마크스&Co.는 20여년간 주문금액을 청구하지요. 그러니까 이 책은 주문장과 계산서 사이에 끼워진 편지를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편지는 1949년부터 1969년 사이를 오가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전의 일입니다. 만약 이 책의 배경이 지금 시대였다면 읽는 텍스트보다는 보는 텍스트로서 편지와 주문서, 계산서 등이 스캔되어 실린 하나의 아카이브 형식을 띄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라이블리 모그나 레터스 오브 노트와 같은 옛날 기록들을 남긴 아카이브가 되거나요. 다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짜임새있는 재밋는 이야기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아요.
3분의 2쯤 지났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덮을까?’
서너편의 편지를 더 읽은 다음 이런 생각이 다시 들더군요.
‘20여년간의 편지, 뉴욕과 런던의 먼거리, 끝내 만나지 못하는 결말... 이 속에 좀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들어가면 어떨까.’
만약 영화로 나온다면 너무 지루할 거 같은 느낌만 들더군요.
그런데 왠걸, 이 책은 이미 영화화되었더군요. 앤 밴크로프트,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은 87년 개봉작 <84번가의 연인>으로 말이에요. 책 에필로그에는 <84번가의 비밀문서>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어쨎든 지금은 ‘비밀문서’가 아닌 ‘연인’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전 비디오로 출시될때 <84번가의 극비문서>라는 마치 영국 첩보물같은 제목나왔는데 엄청 욕먹고 DVD 출시때 그나마 낫다는 <84번가의 연인>으로 고쳐서 나왔던 거죠. 그게 더 나은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연인’따위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영화 <84번가의 연인>은 소설보다 더 나은 영화중 하나로 알려져있고, 걸작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네요. 각본을 쓴 휴 화이트모어의 덕이겠죠.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위치한 마크스&Co. 라는 서점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책보다는 영화가 더 재미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