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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아가씨와 철학자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경서 옮김 / 아테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말괄량이 아가씨와 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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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스콧 피츠 제럴드는 재즈 시대의 대변자로 불리죠. 그건 피츠제럴드의 모든 이야기가 1920년대에
쓰여졌기 때문이에요. 흔히 1920년대를 재즈시대라고 부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피츠제럴드 자신이 바로 재즈 시대의 주인공이기
때문일거에요. 피츠제럴드는 <낙원이 이쪽>으로 먼저 유명해졌어요. 그 후 그가 예전에 여기저기 투고했던 이야기들을
엮어 단편집을 출간합니다.
바로 <말괄량이 아가씨와 철학자들>이죠.
그 중 <얼음 공주>는 피츠제럴드의 이야기 중 흔치 않게 지역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죠.
따뜻한 창가와 평화로운 커튼. 누가 상상해봐도 아름다운 그곳 남부 탈튼에는 샐리가 살고 있어요. 샐리는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과 그림같이 펼쳐진 탈튼의 모습들을 사랑해요. 하지만 왠지 샐리는 이곳이 점점 무료해지고, 설명할 수 없는 따분함만
가득해져가죠. 어쩌면 친구들이 눈치 챈 것처럼 샐리에게 북부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샐리가 마음속으로 갈팡질팡하는
사이 북부의 바람, 해리가 샐리의 마음을 다 잡으러 탈튼으로 내려 옵니다. 해리는 이전에 애쉬빌에서 만난 샐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죠. 해리의 고백으로 샐리는 해리에게서 탈튼을 빠져 나가는 숨겨진 문을 보게 되죠. 결국 북부는 동화같다는 해리의 묘사에
샐리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따뜻한 남부를 떠나 차가운 북부로 마음을 돌리죠. 아마 이때 샐리의 북부에 대한 기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북유럽의 매력적인 차가운 분위기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기차에 몸을 실은 샐리는 북부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차가운 공기를 만나게 되죠. 모든 것이 좋을 것 같았던 그곳의
생활과 사람들은 점점 샐리의 마음 속에서 멀어져가요. 결국 북부의 사람들과 함께 간 얼음 궁전 속에서 길을 잃으며 완전히 북부의
생활에 질려버리는 계기가 되고 결국 샐리는 차가운 북부를 떠나 따뜻한 남부로 되돌아옵니다.
재즈의 시대에 쓰여진 이 이야기는 남부의 아가씨가 북부로 향했다가 다시 남부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죠.
재즈도 마찬가지에요. 정확히는 블루스라고 해야하나요. 흑인들의 구슬픈 음악은 남부 미시시피강을 타고 북으로 향하죠. 북부에는
산업화된 도시와 사람, 돈이 모여드는 곳이었으니 사람과 음악이 그리로 흐르는 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겠죠. 그래서
더더욱 재즈의 시대인가요.
이 이야기가 1920년대에 쓰여졌다는 점과 20년대 이후의 재즈, 블루스 음악의 행보를 되 짚어 보았을 때, 만약 피츠제럴드가 그걸 노렸다면 그는 정말 천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저에게 이 이야기 재미 없었어요. 사실 <얼음 공주> 보다 <앞바다의 해적>은 더 재미
없더군요. 번역의 문제인지 제 집중력 혹은 문장 이해력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는 핑계를 두기로
했어요. 다른 출판사 책으로 다시 읽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