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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대니얼 클로즈 지음, 박경식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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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은 중년 남자다.
윌슨은 무례하다.
윌슨은 불만에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윌슨도 작은 소망이 있다.
윌슨은 독신남이에요. 윌슨은 늙어가는 얼굴을 감출 수가 없어요. 세월은 흐르는 데 주변에 사람들은 남아있지가 않아요. 왜냐면
그에게는 기분 나쁜 기운만 가득하기 때문이죠. 아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카페 안 모르는 사람에게 조차 얼마나 무례한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그를 질려하네요.
윌슨은 냉소적이거나 염세주의자라기 보다는, 그냥 찌질해요. 항상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대인 관계에서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지 못할 때는 앞뒤 안가리고 씹어대죠. 이건 분명히 애정 결핍이에요. 나를 알아 달라는 거죠. 그런 그가 강아지와는 잘
지내는 걸 보니 불행 중 다행이네요.
윌슨의 애정 결핍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사랑 못받은 티가 팍팍나네요. 울타리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아버지는 이제 떠났어요. 대신 예전에 잘 꾸려보려다 삐끗했던 가족이 다시 찾아오죠. 윌슨은 여기서 새로운
출발을 나름 기대하고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가 우리 딸을 납치했다는 것 땜에 마음이 좀 불편해. 윌슨!” 이라고 말하는 전 부인에게서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게 되죠. 그게 뭐든 놀랄만한 선물임에는 틀림없네요.
우리는 주변에서 종종 윌슨을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모두 윌슨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친구들은 항상 왜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닥치는 거냐며 하느님도 원망하고 부처님도 원망하고 심지어 지나가는 개를 원망하기도 하죠. 그
개가 비웃는 눈으로 쳐다봤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말이에요.
그런 사람은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