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도형, 나선
외위빈 함메르 지음, 박유진 옮김 / 컬처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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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도형, 나선


인크레더블 2를 주말에 아이들과 보고 왔다. 

이번에 히어로들이 물리쳐야 하는 악당은 스크린 슬레이버라는 녀석인데 사람을 스크린으로 조종하여 그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악당 마음대로 움직이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악당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스크린 화면은 바로

 



저런 바둑판을 나선으로 뺑 돌린 화면이었는데, 주인공이 흘깃 본 것으로는 그 효과가 없지만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이나 안경을 착용한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그런 화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본 관객들은 그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것은 효과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혹은 관객들은 초능자 정도의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까. 


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도형, 나선을 보면 그에 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것은 인간이 사물을 받아들이 시지각의 변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완벽하게 규명된 부분은 아닌 듯하다. 다만 이러한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나선형을 받아들일 때 강렬한 힘을 받는 정도는 분명한 듯하다. 


이 이야기는 후반부에 다뤄지는데 앞부분에서는 하등동물로 분류될 법한 작은 동물들의 이야기부터 자세히 나오는데 정작 고등동물로 스스로를 칭하는 인간은 하등동물이 고대부터 만들어내고 있는 이러한 나선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아주 까다로운 수식을 동원해야만 하는 것을 힘들게 서술하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어떤 이들에게는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를 그 수식들 때문에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 수식은 몇 세기에 한번씩 나오는 천재들만 간간이 알아차렸다고 생각하면 또 뭐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나선을 이해하기 위한 수식이 결국 우주로 가는 기본 방정식을 끌어내는 단초가 되었다면...? 내가 다 해독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기꺼이 그 훌륭함에 박수쳐줄 수 있는 일.


내가 정작 와닿았던 부분은 따로 있었는데 


아이폰의 이어폰은 왼쪽 오른쪽을 바꿔 끼우면 귀에 잘 맞지 않는다. 억지로 끼운다면 안될 것도 없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귀가 소리를 받아들이는 길은 나선형으로 휘어있는데 그게 아마 왼쪽과 오른쪽이 다르게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실에 관심있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나, 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도형, 나선에는 달팽이의 꼬임 방향이 왼쪽이 많은지 오른쪽이 많은지를 연구한 내용도 나온다. 




자연이라면 당연히 반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대부분의 달팽이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나선이라고 이 책은 전한다. 물론 그것은 현재의 달팽이에 해당하는 일이고 과거의 어떤 바닷가에 살았던 달팽이 종류는 바닷물의 온도에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지가 달랐기에 빙하기를 추정하는 도구로 과거의 달팽이 종류를 찾아보는 방법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재미 있었던 부분은 식물들의 나선이다. 

어떤 식물은 다른 나무를 붙잡고 올라가기 위해 나선형 가지를 내뻗고 어떤 식물은 꽃을 나선형으로 피워올리고 어떤 식물은 이파리를 나선모양을 만들며 피워낸다. 



노르웨이에 있는 나무들은 오른쪽으로 뒤틀린 나선목리는 만들어 내는데 저자는 편서풍의 영향이라거나 북반구와 남반구가 다를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들을 전했다. 이것을 실제로 알아보기 위한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제안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집 주변 나무의 비틀림 방향을 기록하여 도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본 이후 나도 주변 나무의 목리를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나무의 수령이나 옮겨심을 당시의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나무들은 나선 목리가 미미하거나 왼쪽으로 돌아올라가는 수준이었다. 노르웨이와 대한민국의 위도 차이가 빚어낸 차이인 것일지 이걸 궁금하다. 저자한테 전달할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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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문화사 - 동굴 벽화에서 디지털까지
스파이크 버클로 지음, 이영기 옮김 / 컬처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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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옷장에 여전히 늘어선 빨강 옷들을 뒤로하고 다시 빨강 옷을 구입한다. 내가 빨강 옷을 또 사는 이유는 빨강을 좋아하는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이지만 역시 빨강이 주는 에너지와 특유의 감정은 다른 색들을 압도한다. 하긴 옛날 사람들은 빨강을 구하려고 별별 위험을 다 무릅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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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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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 완전히 저를 위한 책이에요.
뒤늦게 과학을 좋아하게 되어 과학책을 찾아보는데 항상 넘지 못할 장벽 두둥!
너무 오랫동안 문과형 사고만 해온 탓인지 사고방식을 바꾸는데 애를 먹어 과학책에 접근하기 힘들었답니다.
좋아요. 제목이 딱 저에게 말하고 있네요. 이 책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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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독한 떨림
베느와트 그루 지음, 양진성 옮김 / 문이당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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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은 조르주가 만난 육체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 고뱅.

조르주에게 양립하는 두가지 욕구에 대해서 크게 공감했다. 자신이 타고난 사회적 지위를 아루아침에 내팽개칠 수도 없고, 평생에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운명 같은 한 남자를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태 말이다.

자주 육체적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적인 감동에 대해서 말하지만, 사회적인 차원이나 내밀한 육체적인 부분에서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유지되고 갈등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이지만 인간의 이성과 감정이야말로 모순된 가장 오래된 영역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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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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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그 세대에 바로 내가 속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정말 울컥했다.

아 씨바, 내 이야기자나.

리뷰 쓰면서도 할 말이 많았는데 그냥 다 지워버렸다.

다만, 나는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우리 언니들과 형부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이를 낳으면서 학교에 보냈을 때 교사가 촌지를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87년 대선때 온 식구 다 모인 저녁 시간에 아무리 그래도 노태우는 아니라며 아버지와 맞짱뜨던,

실제로 시위대에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몰라도 거리에 나서서 외치고 싸워서 사회를 바로잡는 일에 기꺼이 동의하였고, 사람들이 사고방식을 바꾸기를 꾸준히 열심히 이야기해왔던 우리 언니들이

나를 생각해 주지는 않더라도 조카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데 원없이 보조해 주겠다는 식의 지원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서태지가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를 외칠 때 먼소린가 했었지만

지금은 먼소린지는 알겠다. 저항의 필수조건은 연대인데 나는 사실 내 동년배와 연대할 자신이 없다. 설득할 자신도 설득당할 자신도.

책을 보면서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었지만, 책을 결론에 이르렀을 때 허무해질 수밖에 없었다. 연대할 자신이 없다는 것, 나는 내 동년배들이 그러하듯이 나만의 바리케이트와 나만의 짱돌을 들고 내 영역을 침해하는 것만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 좀 히스테리컬한 방식으로... 그리고는 세상이 바뀌기를 언젠가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이 되는 날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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