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를 지나다 보았다

다리가 주저앉고 서랍이 떨어져나간 장롱

 

누군가 측은한 눈길 보내기도 했겠지만

적당한 균형을 지키는 것이 갑절의 굴욕이었을지 모른다

 

물림쇠가 녹슬고

문짝에서 먼지가 한움큼씩 떨어질 때

흔쾌한 마음으로 장롱은 노래했으리

오대산의 나무는

오대산의 햇살 속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살이었던

못들은 광맥의 어둠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뼈였던

 

저의 중심에 무엇이든 붙박고자 하는 중력의 욕망을 배반한 것들은 아름답다

솟구쳐 쪼개지며 다리를 꺾는 순간

비로소 사랑을 완성하는 때

돌팔매질당할 사랑을 꿈꾸어도 좋은 때

 

죽기 좋은 맑은 날

쓰레기 수거증이 붙어 있는

환하고 뜨거운 심장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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