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면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애틋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로 이해받고 싶어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이면에는 늘 자신에 대한 자신 없음과 불안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떠본다거나 필요할 때마다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연날리기식의 사람 관계를 싫어했다. 그렇게 때문에 늘 어떤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그 말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걸로 알았다. 물론 상대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걸로 알았다. 나이로 치자면 아직 삶에 대해 아무 기교도 터득하지 못할 열아홉 살 정도였다. 말하자면 마음이 미처 나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물여섯 살인 사람인 열아홉 살처럼 살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또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사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사소한 일에 있어서도 쉽게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녀의 옆에 있고 싶었다. 영악한 사람을 만나야 거꾸로 내가 편했을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투명하고 순순한 마음을 가진 그녀 옆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잘은 모르지만 사랑이란 어쩌면 이처럼 상식과 등식을 배제한 단순한 감정의 포화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 가족사진첩,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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