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더기에서 내려오다가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고통 때문에 실신한 적도 있었는데,
제창 병원의 캐나다인 의사는 내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이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내 물음에 캐나다인 의사는 오른손 검지로 가슴을 가리키며 외국인 특유의 음성으로
그 고통은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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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충격은 너무나 큰 것이서 그 말을 듣기 이전의 밝은 세계에서 내가 영원히 추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다음은 믿을 수 없는 일들로만 가득한 어둠의 세계, 나 자신은 신뢰할 수 없는 밤의 세계였다.
내게는 어떤 희망도 없었고 내 내부와 외부는 극단적으로 단절되고 있었다.
모든 건 다시 흐릿해졌다. 이로써 내가 아는 세계가 진짜 내가 경험한 세계가 맞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무려나, 상관이 없었다. 내가 살아온 세계는 어쨌거나 하나뿐이니까.
진실이란 전혀 아름답지 않지. 그런 추한 것을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만이 진실을 보게 된다오. 그리하여 이 세계가 너무나 잔혹한 곳이라는 것을, 그 잔혹마저도 기실은 진실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 물론 그런 것 따위는 몰라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소. (...) 진실을 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자신이 선택하는 일이오. 하지만 진실을 알겠노라고 일단 선택한 다음에는 돌아갈 방법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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