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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보다 많이 버는 여자들의 비밀 25 - 똑똑한 여자들의 남다른 직업 선택
워렌 패럴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내용과 그리 밀접한 상관없다는 느낌 컸다.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남녀 차별의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남녀의 사회적 소득격차와 역차별에 관한 무관심 내지는 침묵에 관한 사회현상을 다룬 책임에도 불고 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에 대한 현세적이고 실질적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책인 듯 제목을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뭐, 물론 책 제목이 절대 거짓이라거나 옳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원제처럼 "일하는 알파걸"의 의식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의 좀더 본질직인 부분을 건드리는 내용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남녀 차별이나 일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 고정관념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것이 첫번째 파트이고, 두번째는 좀 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여자들이 선택해야 할 직업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전혀 상반되는 직업군을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
파트 1은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돈을 적게 받는 거야?"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그럴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이유를 인정하고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수치상으로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적은 월급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볼 때 같은 일을 하는 듯하면서 실제론 더 적게 일하면서 같은 월급을 받음으로써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겉으로만 대충 잘못 봤다가는 자칫 "역성차별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거야?"라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나, 책 내내 조목조목 드는 예와 그에 따른 설명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기는 했다. 물론 100퍼센트 다 동조할 수는 없었으나(빈정 상하거나 남녀평등을 표방한 지나친 억측이란 생각이 드는 부분도 꽤 됐다는 소리다. 저자는 남자이므로 아무리 여자들에게 호의적이고 여자들과 친하다 해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이고, 결국 남자고 여자고 성별을 떠나서 조금이라도 편하고 윤택하고 책임이 덜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기본적인 욕구라는 것, 그리고 성적으로 절대 우위의 위치에 있었던(지금도 그러고 있는) 남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또는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수컷의 본능 때문에 일정 부분 여자들에게 기꺼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에 깔고 갈 때 공감할 수 있었다는 소리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여자들과 데이트를 할 때부터 기꺼이 돈을 내기 시작하여 가장이 되어서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여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일하고, 훨씬 더 많은 위험을 감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여자들을 먼저 보호하고 여자들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중이 강한 일들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좀 더 안정적이고 편하고 개인적 자유를 우선시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는 남자들과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그리고 예쁘고 잘 빠진 여자들의 경우, 남자들이 기꺼이 사주고, 해주는 부수적 소득까지 계산한다면 그 수업은 남자들에 비해 실로 더 큰 것이라는 이야기(근데, 이건 예쁘고 잘 빠진 여자들 경우인 거지! 그 어떤 남자도 단지 단지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기끼어 지갑을 열고, 머슴 노릇을 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여자가 예쁘고 잘 빠졌기 때문에 눈이 뒤집어져서 그러는 거다!!!)까지, 아주 신랄하게 하고 끄집어낸다.
어릴 때부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여자들로선(이건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그런가 봐?) 아무래도 남자들에 비해 모험심이나 도전정신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내가 쫌 심하지... 근데 요새 여자들 예전에 비해선 많이 달라진 거 아닌가? 더 달라지고도 있고... 아님 말고~) 그런 부분에 있어 자기반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공감이 갔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파트2는... 솔직히 원서 그대로인지는 모르겠고, 그나마 우리 실정에 맞는 직업군을 비교해서 25가지에 맞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는 하는데, 결국 이 파트는 앞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구체적인 직업군을 설명한다. 이 파트에서 특히 인상에 깊이 남았던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술 분야, 인문사회과학이 아닌 약학 같은 정식 화학을 선택하라는 것. 역시,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문학이나 역사학 같은 인문과학은 돈 되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 돈 벌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둘째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도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목표를 높게 가지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돈 안 되는 분야라고 투덜거리기보다는, 좋아해서 선택한 만큼 그 안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듣기만 해도 왠지 힘이 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