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한큐에 쫘~악 읽어야 하는데, 가방에 하도 쑤셔박아 넣고 다녀서 책이 흐믈떡해질 지경이 될 때까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드문드문 180여 페이지까지 읽다가 그제, 어제 이틀 동안 나머지 부분을 다 읽어 냈다, 드디어. 
 
[남한산성]을 읽기 시작하던 초기에 임진왜라는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동시에 읽었던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도, 인물도, 작가도, 문체도 전혀 다른 두 작품이 묘하게 섞이더라는 것.
불과 100년의 차이도 나지 않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쳐들어온 적들도 달랐고, 전쟁의 태세나 끝도 많이 달랐지만, 결국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 것인지.
여자와 아이들, 노약자뿐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는 군사들까지, 전쟁은 모두에게 너무 가혹하며, 삶을 극단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 주는 소설이었다.

백성들은 굶주리고, 얼어죽을 지경의 고통을 당하는 와중에도, 당파를 생각하고, 명분을 내세우는 정치집단들의 무기력한 모습들 역시 속이 타들어갈 듯 안타깝고 짜증나는 모습이었다.
찬거리 하나 변변찮은 남한산성에 갇힌 상태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밴댕이젓을 발견하고는 이것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임금에게 묻는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을 분배하다 보면 고민도 되겠지마는, 그것을 쪼갤 것이니 한 마리 통으로 줄 것인지, 당상 이상인지, 당하까지 포함하느냐는 자질구레한 것까지 묻는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별의별 것들에도 당상 당하를 나누고, 명분을 따지고, 백성들의 처절한 몸부림보다는 임금을 포함한 권력자들의 안위를 지키는 것만이 우선은 아니었는지, 읽으면서 내내 이런,씨~ 하면서 불끈불끈하더라는...

뭐 대충 이런 거야, 소설의 재미 여부를 떠나서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참혹하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일 뿐이었고...

사실, 난 김훈의 소설을 처음 읽는다. 아니, 김훈의 글을 처음 읽는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평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 읽어봤으니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근데, 읽다 보니 나하고는 안 맞는다. 나쁘다 좋다의 의미가 아니라, 나하고는 안 맞는다,라는 게 맞는 말 같다. 전에 어떤 분이 김훈은 문장 하나하나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짧은 문장 하나도 예술적이라고 하시기에, 그 말에 혹하여, 과연 어떤 문장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어 읽었던 것이었다. 근데 나랑은 안 맞는다.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엔 지나치게 원초적이라고 해야 하나, 남성적 본능중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랬다. 그래서 읽는 도중 내내 중간중간 심각하진 않지만 턱턱 걸리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뭐, 그래도 아무렴 어떠리.
이미 김훈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구 말마따나 나 하나쯤 안 좋아한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잖겠는가. 그저 나는 김훈의 스타일과 안 맞을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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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25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