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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라는 낙인 - 조주은의 여성, 노동, 가족 이야기
조주은 지음 / 민연 / 2007년 4월
평점 :
표지가 주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첫인상에... 페미니스트이라는 낙인이라니...
웬지 엇매치 되는 듯싶기도 했으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것은 왜였던지...
사실, 난 페미니즘에 좀 비판적으고 냉소적인 입장이었다.
여성의 절대적 적인 여성의 입장이었던가?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었고, 다만 대학시절 여성학이란 과목을 통해,
그리고 그 과목 강사들이 필독하라고 추천해 주었던 [이갈리아의 딸들]아니 [신에게는 딸이 없다]
와 같은 극단적 페미니즘을 접하고는 어린 마음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 맞는 말 같다.
왜 저렇게 극단적일 수밖에 없을까라는 문제를 제고도 하기 전에
우선 느껴지는 거부감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나의 심정.
그러나!
이 책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표지만 나를 끌었던 것이 아니었다.
가장 꽂혔던 부분부터 일단 짚고 넘어가 보자.
2006년 한국소설 베스트셀러로서 한몫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부분에 대한 언급을 보자.
"직장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주인공인 인아는 축구경기 관람과 술 마시기라는 보통의 남성들
영역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통장이 10개가 넘을 만큼 돈 관리를 잘하고 집안일과 요리의
달인이다. 오죽하면 정리정돈이 특기일까? 여기에 더해 그녀는 남성을 만족시키는 섹스도 완벽해서
남성들이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그녀가 두 남와 결혼하여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은,
항간의 평가처럼 '가부장제의 종말을 보는 듯' 혹은 '일부일처제를 흔드는 기발한 상상력'이
전혀 아니라 두 남자에게 완벽하게 가사도동과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21세기판
남성 판타지다"
아~ 속 시원하다 싶었다.
어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대변해 줄 수 있는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긴 했지만 여자로서 빈정 상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속속들이 민감하게 가려운 부분까지 싹싹 긁어준다는 느낌.
손에 책을 잡는 순간부터 읽는 속도를 늦출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이다.
솔직히, 비혼 여성으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상사가 급식당번을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것을 빤히 보아왔음에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정작 몇 년 뒤에 내가 당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까지 했다.
어찌 보면 페미니스들을 향해 반대급부적 깃발을 날리는 이들보다
그저 무지하고 무관심한 나 같은 존재가 더... 여성에 대한, 아니 여성이라는 성을 가진
인간에 대한 존재의 가치에 대해 더 가해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게끔하는 책이었다.
(작가의 말발 또한... 내 취향에 맞아 더 감정이입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스트니 하는 말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어차피 상생하는 삶이 가장 좋다는 우유부단함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페미니즘은 작가의 말대로 일단 휴머니즘이 우선한다는 말을 동조함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이 갖고 있는 현재적 한계가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그렇다고 그걸 어찌 해보겠다고 적극적인 입장도 못 된다.
다만 이런 책을 만나 나름 공감대를 형성대를 이루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엔
내가 너무 소심한 것 같다는... 다소의 자괴감이 있기는 해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을 마지막으로 말하지면....
여자라는 것이 굴레가 아니라 행복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