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

 

무엇이 흘러 과거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지금은 견딜 수 없을지라도

과거란 얼마든지 혹은 너그럽게

견딜 수 있는 것이므로

 

그래서 기원하는 것이다

견디기 힘든 시간에게

"얼른 지나가 과거가 되어라"

 

아무리 사나운 운명도

이 呪文 감히 피하지 못 한다

"얼른 지나가 과거가 되어라"

 

(丁 明,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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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 태어나

은행에서 헤어진 지폐 두 장이

오랫만에 은행에서 해후했다지

어떻게 지냈니

손을 마주잡으며

오만원짜리가 대답하길

뻔하지 뭐

하루는 도박장, 하루는 룸살롱

그러는 너는 어땠니

천원짜리 대답하길

나도 늘 그래

교회에서 절, 절에서 교회

 

복을 향해 흐르는 인심

인심 따라 기우는 정성

神은 언제쯤이나

주색보다 따뜻한 위안이 될까

로또보다 분명한 희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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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2012-10-30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흐흐..잼 있는데요.
가슴에, 화~악 공감이 오구요..
도박장에서 룸살롱 으로..
교회에서 절로...
지극히,
풍자적 이고..해학적 이고...
공감 100 %..몰표 200 %..
 

이슬 /  丁 明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을 사랑했네
하여도 내 속에서 항상 빛나는 것들
해 달 별
내 것 아니어도 나를 충족되게 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
나는 잠시도 마음 닫을 수가 없었네
 
붙잡아둘 수 없는 것들을 사랑했네
하여도 내 속에 항상 흐르는 것들
구름 바람 강물 그리고 시간
빨리도 지나가지만, 잠시라도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생겨 다가오는   
세상의 모든 슬픈 것들 
 
구름의 길도, 바람의 길도, 물의 길도 아닌
낯선 길 따라
나도 흘렀지
한 시도 마르지 않는 사랑을 품고
언제라도 끝나지 않을 꿈을 좇아서  
이렇게나 한 평생을 흘러왔지 
 
손에 쥐지 않음으로 애닯지 않고
붙잡아 두지 않음으로 무겁지 않아  
내 꿈은 언제나 가벼웠네  
아침마다 가벼이 증발해버리는
이를테면, 내 사랑은 이슬이었네
나의 삶 덧없는 이슬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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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의 꿈 / 丁 明 

 

지친 고깃배 한척
母港으로 돌아와 선잠 들었다. 
 
달빛은 그를 다독여
깊은 잠으로 이끄나 보다  
영원히 안락한 
 
배는 잠결에 웅얼거린다 
이루지 못한 만선의 꿈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나
다시 한번 먼바다를 시도하리라
망망대해에 외로울지라도,
모진 폭풍에 휩쓸려 바닥 모를 심해 어딘가에
종적 없이 삼키울지라도 
 
- 그것은 나의 영예,
나는 항해를 위해 생겨났고, 바다를 위해 바쳐졌느니

낡은 고깃배 한 척, 몸은 이미 기울었으나,
꿈은 여전히 먼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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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기원 (起源) / 丁 明

 

위로의 꽃은 눈물에서 피어났죠.

 

한때는 슬픔이나 아픔으로부터 달아나려 했죠.

그러나 눈물과 상처가 없는 곳이란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었답니다.

 

눈물과 상처를 감춘 사람은 보았어도

정녕 그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 데에도 없었어요.

눈물을 감추느라 속으론 피가 맺히고

상처를 감추느라 속으론 멍이 들죠.

 

애써 그것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위장한

무표정의 삶이란, 호흡과 맥박이 멈춘 듯 황폐한 것이었어요.

거짓의 모래성

과장된 우정

 

슬픔이 없는 곳에는 위로가 없고

고통이 없는 곳에는 치유도 없답니다.

 

슬픔을 감추고서가 아니라 슬픔 위에서

고통을 감추고서가 아니라 고통을 넘어

나는 슬픈 당신을 위해 꽃을 피우고

당신은 아픈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죠.

 

아름다운 꽃들은 모두 상처 위에서 피어났죠.

 

(200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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