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족한 삶  / 정명

 

한여름 열기가 가라앉자 

세상엔 평온이 찾아왔지 

 

굶주리는 이도 없고 헐벗은 이도 없고 

우는 이가 없으니 웃는 이도 없고 

그러자 바람은 더이상 불지 않으며 

세상은 적막해졌던 것이다. 

 

물줄기는 갈 곳 몰라 흐름을 멈추고 

시간이 멈추자 낙엽도 지지 않는다. 

 

아아, 충족이란 무서운 것이로다 

 

찾는 이 없는 꽃들은 말없이 피었다 지고 

아무도 연모하지 않는 달은 홀로 머물다 가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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