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의 꿈 / 정명
 

어여쁜 가을과 함께
숨어들고 싶어요
하늘도 두 개
산도 두 개
구름 두 벌
단풍옷도 두 벌
잔잔한 호수 위에 또 하나의 생존이 펼쳐진,
인적 없는 산속으로 꼭꼭
 
새처럼 속삭이고
바람처럼 노닐니라
망명의 꿈
 
가을은 문밖에서 기다리며 잠시 서성대다가
발개진 마음 빨리도 거두곤
저 홀로 떠나가네요
 
어여쁜 가을을 따라 
떠나가고 싶어요
마음만 누레지게 졸이다가 
이 밤도 나 홀로 남겨지네요
 

201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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