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빛깔있는책들 - 즐거운 생활 269
조윤정 지음, 김정열 사진 / 대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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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을 받아들고서 대략적으로 훑어 보니 대체로 원두커피를 처음 마셔 보는 초급자보다는 초중급자에서 중급자 정도가 읽으면 좋은 책이다 싶다. 커피의 역사와 종류, 재배과정 같은 기초 배경지식과 핸드드립/에스프레소 추출법과 베리에이션 조리법 등이 짜임새 있게 실려 있어 초보자들이 보고선 따라해 봐도 무난하지만, 로스팅과 블렌딩, 테이스팅처럼 어느 정도 원두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돼 있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중급 단계 진출자들이 읽으면 좋도록 구성돼 있다. 뭐 이 책을 살 정도의 사람이라면 대개 이 단계에 속하는 이들이겠지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커피하우스를 직접 운영하고 여러 곳에서 전문강좌를 진행하는 커피전문가가 쓴 책답게 구성이나 설명은 충실하다. 강좌의 교육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하면 될 듯싶다. 또한 커피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 재료도 매우 충실하다. 핸드피킹 중에 골라낸 결점두의 사진이라든지 로스팅한 원두의 배전 정도, 그라인딩한 원두의 굵기를 단계별로 찍은 사진은 굳이 별도의 전문강좌를 듣지 않아도 중급 단계 정도 수준에 이르도록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책은 커피 생두를 구매해 로스팅하고 블렌딩한 뒤 추출해 마시는 단계에 충실한 원두커피 음용 매뉴얼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철저한 실용서로서 역할을 다한다는 것인데, 커피의 역사적 문화적 접근에는 이르지 못한 채 관련 부분은 기본적인 정보 전달이나 서문 기입 정도에 그친다는 아쉬움을 준다. 커피를 잘 만들어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피가 가져다주는 우리 현실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커피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하는지,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변화된 우리의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만드는 법 만큼 쓰여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쓰일 거라는 광고를 보면  다음 책을 기다리기에 앞서 커피부터 잘 만들어 마시는 데 충실하는 게 이 책이 목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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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기행 -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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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탐사의 중간 즈음에서 커피의 그윽한 낭만이 아닌 잔인한 현실을 스쳐 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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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좋아하세요? [Gold Edition]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 / MFK(뮤직팩토리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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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초보자의 입문용 및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추천해 드립니다"라는 발매사 측의 카피에 아주 충실한 기획물이다.
저가로 출시된 초보자를 위한 기획물인 만큼 당대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명연을 즐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말고, '아, 이 곡이 그거구나' 하는 식으로 그냥 주루룩 듣는다는 마음으로 들으면 만사 오케이.
하지만 2만원이 안 되는 싼 가격에 10장의 시디에 바흐부터 바그너에 이르는 거장 20명의 작품을 비교적 알맹이만 잘 골라 모아놓았다. 곡마다 간략하게 설명을 담은 제법 두툼한 소책자는 덤으로 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꽤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여러모로 클래식 초보자용을 위한 최적의 컬렉션인 듯.

게다가 초도 발매분에서 1번 시디를 컴퓨터 상에서 재생하면 오류(발매사 측에서는 오디어에서는 문제 없다고 함)가 나기에 싼 게 비지떡인가 하고 그냥 말고 넘어갔는데, 발매사 측에서 친절하게 새 시디와 함께 발매사의 다른 앨범을 알아서 보내 줘 몹시 흐믓. 이런 경우가 언제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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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a 2007-06-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앨범의cd를 cdp말고도 컴퓨터로 다운받아 mp3로 다시 옮겨들을 수 있게 되어 있나요?
답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gile... 2007-06-29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혹시 시디 리핑 기능을 잘 모르시는 건가요? 모든 오디오시디는 윈도미디어플레이어나 각종 전용 리핑 프로그램으로 mp3/wma/ogg 파일로 음원 추출이 가능합니다. 이 시리즈는 오디오시디입니다.

neva 2007-06-2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시대에 뒤떨어지게 살아서요.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거대한 뿌리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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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미래도 없는 이주노동자라니요? 그럼 난 뭔데요? 나는 미래가 있엉? 선생님 친구처럼 이주노동자를 돕는 활동가는 괜찮고, 이주노동자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아이을 갖는 건 안 된다는 게 말이 돼요? 도대체 뭐가 달라요? 선생님도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어요? 손바닥 뒤집듯이 그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선생님은 저랑 자히드 관계를 이해할 줄 알았어요."
 
저 구절을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다. 그것은 단순히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를 사랑하는 정아가 자신의 편이 되어 주던 정원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냥 '다를' 뿐일 사람을 끝까지 '틀린' 사람이라고 우겨대는 한국사회의 단일민족에게 하는 말이었다. 특히나 이해하는 척하면서도 속은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들의 이중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그닥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는데, 그냥 시간때우기처럼 꺼내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한달음에 다 읽어 버렸다. 글 초반 정아의 항변이나, 혼혈인 재민이 그렇게 미제 좋아하는 인간들이 절반인 자신은 왜 싫어하냐고 토로하던 장면 등에서 에일리언 마냥 속에서 꿈틀거리는 쪽팔림에 잠시 책장을 덮기도 했지만, 공선옥이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아픈 가슴 위로 눈물이 흐르고 눈물 흐른 자리에 새살을 돋게 하는" 느낌에 묵묵히 가슴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장까지 간신히 내달릴 수 있었다.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 제3 인도교의 물 속에 박은 철근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김중미는 김수영의 시(집) <거대한 뿌리>에서 제목을 빌어왔다. 아마도 한국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타자에 대한 결벽증 같은 차별을 '거대한 뿌리'로 봤고, 그는 그것을 동두천을 비롯한 곳에 자리 잡은 기지촌 사람들의 삶, 좀 더 나아가 미군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혹은 그들의 원조로 먹고살아야만 했던 한국현대사의 아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 듯하다.
 
아픔은 오래간다. 아픔은 상처를 바꿔 가며 통증을 준다. 아직도 잔존하지만 혼혈 문제는 하인즈 워드가 이름을 떨치기 전에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과거의 유산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이주노동자와 가족 문제로 변태해 여전히 살 속을 파고들며 통증을 가져다준다. 피부를 뚫고 살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넌 우리와 달라"라는 이름의 거대한 뿌리. 그런데 눈물은 그 상처로 파고들며 뿌리를 거둬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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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 "과학 시대"를 사는 독자의 주체적 과학 기사 읽기
이충웅 지음 / 이제이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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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시대를 사는 독자의 주체적 과학기사 읽기’라는 부제에서 이미 저자는 지금의 과학기사가 어떠한지, 독자는 어떻게 그것을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사실을 전한다는 매스미디어, 그중에서도 엄밀한 데이터를 근거로 과학 현상을 분석하는 신문의 과학기사야말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다고 믿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학에서 과학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신문지상에 실린 숱한 과학기사를 하나하나 뒤적이며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실과 확률의 혼동, 첨단기술에 대한 미신적 숭배, 영웅에 대한 열광을 부추기는 선정적 홍보 같은 과학기사의 뒷모습을 밝혀낸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성찰하며 읽을 것을 제시한다.
 
과학기사는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가? 흔히 나노기술 하면 새로운 과학의 미래로 칭송된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명암이 있는 법. 특히 작은 크기로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나노입자는 아직 그 위험성 여부가 확인되지 못한 미완의 기술이다. 하지만 나노기술에 대해 과학기사는 ‘장밋빛 전망’ ‘찬란한 미래’를 내세울 뿐 그것이 지닌 위험성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 또한 암모니아합성법으로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의 업적을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저자는 암모니아합성법이 화약 생산과 연관되며 그 화학자 또한 독가스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인류 중 일부는 여전히 기아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신기술이 전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선동적 수사만 가득한 기사의 행태를 고발한다.
 
과학기사 하나하나 조목조목 뜯어보며 저자는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책 제목이다. 독자가 과학기사의 선정적 보도에 휘말려 신화에 열광하지 않고, 기사에서 다뤄진 과학기술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왔다면, 이른바 ‘황우석 사태’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벌어진 이성의 집단적 마비상태가 일어났을까 하고 의문을 던진다. 다시 줄기세포 연구 지원 재개가 보도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그 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비단 과학기사, 신문기사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이 시대, 우리는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
 
조금은 빤한 대답이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제목을 잊고 기사 후반부도 꼼꼼히 읽으며, 숫자를 의심하며 돈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하고, 기사의 분량과 빈도로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말고, 여러 신문의 기사는 물론 지난 기사도 되새겨 읽으며 비교하고, 권위에 의존하지 않은 채, 논리적 사고에 기반해 자기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하라고. 모두가 이미 알고 있으나 잊기 쉬운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광하지 않고 성찰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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