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조르주 뒤비 지음, 채인택 옮김, 백인호 외 감수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일단 한 번 죽 훑어 본 바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만족도는 85% 수준입니다.  좀 더 세심하게 읽어 보면 좀 더 올라갈 공산은 크나, 가격 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싶습니다.

대부분 이 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시각을 거둘 수 없을 것입니다. 뒤비 역시 비서구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비서구 특히 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을 보면 자료가 부족한 것으로 모자라 별로 관심도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아날학파의 역사관을 문제제기하며 이런 것을 감안하면 가격 대 만족도가 높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 이가 있었는데, 딱 그 수준인 듯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동안 우리에게는 사회과부도/역사부도가 최상의 역사지도였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의가 있고, 이에 따른 책의 가치는 한결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뒤늦게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의 지리적 상황에 대해 무척 궁금했는데, 국내에서는 이때 지도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겠죠. 정보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다량의 질 좋은 정보를 담은 이 책은 무척 소중합니다.

또한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정보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유럽과 미국에서의 선거 결과와 정당 지지도 등을 지역별로 설명한 자료들입니다. 보기에 따라 꽤 유용한 자료인데 20세기 초와 21세기 초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역별 지지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프랑스에서 드골과 미테랑의 지지분포도는 어떻게 다른지 같은 정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특정 소수에게만 흥미를 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니아에게는 애장품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매니아들에게는 찬사를 불러일으킬 게 분명합니다. 시시한 지도만 보다 이 책에서 쏟아진 지도는 흥분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본인 스스로 또는 아이가 지도와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까짓거 눈 감고 지른다, 가 가능할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반인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겠죠. 무엇보다 12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책은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집에서가 아닌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게 만들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같은 시리즈로 묶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세계문화유산/세계고대문명의 전례입니다. 저는 이중 두 권을 올초 35,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아마 이 책의 원가는 10만을 상회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책의 무게나 퀄리티나 이 책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결국 35,000원이라는 떨이로 판매됐죠.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운명에 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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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2006-11-0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원서는 정가 48유로, 그러니까 1유로=1200원으로 계산한다면 5만 7천원 정도가 되겠네요... 한국어판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요? 프랑스에서 400페이지 기준으로 소설책 한권의 가격이 대략 20유로 정도 하는데 국내에 출간될 때는 1만원 안팍으로 가격이 책정됩니다. 근데 이 책은 왜 이렇게 비쌀까요? 전 심히 궁금합니다. 나중에 3만5천원에 팔린 그 책들... 그게 정가가 아니었을지...

kuroko 2006-11-0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에고님 꼭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외국 책을 수입해온 이상 저작권료도 있고(출판사 이름도 있으니 싸진 않을듯) 우리나라가 워낙 거창하게 책을 만드니 제작비도 만만치 않을듯...소설책과 비교하면 안되죠.

verso 2006-11-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 역시 저자 인세와 기획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갔을 텐데, 이 엄청난 우리나라 판본 가격만 이해해 줄 필요가 있을까요? 저 역시 지도책을 좋아하는데다, 뒤비가 편집한 것이라 좋게 생각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조금 심한 가격 책정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생각의 나무가 그동안 '두 권 묶어 팔기'나 덤핑에 가까운 가격 책정, 쿠폰발행을 해 온 걸 생각해 본다면요. 거대한 책인 것은 맞습니다만, 보아 하니 광고비가 최고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라딘 화면 페이지마다 광고가 있으니 원.

gile... 2006-11-0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만 사항 하나 추가.
뒤비의 역사관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인데, 끼에프공국의 정교화 과정에서 남편인 이고리와 아들 블라디미르에 대한 언급만 있고, 정작 최초의 세례자이자 이고리 암살 후 공국을 다스린 올가에 대한 언급이 없음. 고의적인 누락일까?

gile... 2008-11-0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은 신간 기한에서 풀리자마자 40% 할인을 거쳐 지금은 반값에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