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 "과학 시대"를 사는 독자의 주체적 과학 기사 읽기
이충웅 지음 / 이제이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시대를 사는 독자의 주체적 과학기사 읽기’라는 부제에서 이미 저자는 지금의 과학기사가 어떠한지, 독자는 어떻게 그것을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사실을 전한다는 매스미디어, 그중에서도 엄밀한 데이터를 근거로 과학 현상을 분석하는 신문의 과학기사야말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다고 믿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학에서 과학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신문지상에 실린 숱한 과학기사를 하나하나 뒤적이며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실과 확률의 혼동, 첨단기술에 대한 미신적 숭배, 영웅에 대한 열광을 부추기는 선정적 홍보 같은 과학기사의 뒷모습을 밝혀낸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성찰하며 읽을 것을 제시한다.
 
과학기사는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가? 흔히 나노기술 하면 새로운 과학의 미래로 칭송된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명암이 있는 법. 특히 작은 크기로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나노입자는 아직 그 위험성 여부가 확인되지 못한 미완의 기술이다. 하지만 나노기술에 대해 과학기사는 ‘장밋빛 전망’ ‘찬란한 미래’를 내세울 뿐 그것이 지닌 위험성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 또한 암모니아합성법으로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의 업적을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저자는 암모니아합성법이 화약 생산과 연관되며 그 화학자 또한 독가스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인류 중 일부는 여전히 기아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신기술이 전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선동적 수사만 가득한 기사의 행태를 고발한다.
 
과학기사 하나하나 조목조목 뜯어보며 저자는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책 제목이다. 독자가 과학기사의 선정적 보도에 휘말려 신화에 열광하지 않고, 기사에서 다뤄진 과학기술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왔다면, 이른바 ‘황우석 사태’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벌어진 이성의 집단적 마비상태가 일어났을까 하고 의문을 던진다. 다시 줄기세포 연구 지원 재개가 보도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그 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비단 과학기사, 신문기사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이 시대, 우리는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
 
조금은 빤한 대답이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제목을 잊고 기사 후반부도 꼼꼼히 읽으며, 숫자를 의심하며 돈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하고, 기사의 분량과 빈도로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말고, 여러 신문의 기사는 물론 지난 기사도 되새겨 읽으며 비교하고, 권위에 의존하지 않은 채, 논리적 사고에 기반해 자기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하라고. 모두가 이미 알고 있으나 잊기 쉬운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광하지 않고 성찰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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