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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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전작인 <넬라의 비밀 약방>도 18세기 런던이 주요 무대였는데 이번에도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이 배경인 걸 보면 저자는 18-19세기 런던, 여성의 활동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에 우회적으로 여성들이 강한 영역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전작은 18세기와 현대의 런던을 오가는 형식이었는데 18세기 독극물을 제조하는 약방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던 반면 현대의 런던 이야기는 좀 식상했던 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빅토리아 시대 +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런던의 음울한 분위기 +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라는 오컬트까지 합쳐지니 전작보다 괜찮았다.


   사실 지금도 미신을 믿는 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당시는 미신이 훨씬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던 시대인지라 사람을 속이기도 그만큼 쉬웠을 것이다. 거기에 죽은 자를 끌어들여 남은 자의 슬픔을 이용한 사기행각이 많았을 것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신사들 전용이자 회원제로 운영하던 폐쇄적인 런던 강령술 협회의 사기행각을 두 여성 영매가 밝혀내고 거기에 얽힌 살인 사건까지 해결한다는 내용이 주된 이야기인데 클래식 추리소설에 등장할 법한 클리셰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 예측 가능함이 진부하다기 보다는 친숙하게 다가온다.


   책에 나오는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 7단계'는 매우 그럴싸 했는데 사실은 저자의 창작이라고 한다. 책의 말미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장례 문화와 음식에 대한 짤만한 글과 더불어 유령을 불러내는데 필수 소품인 양초 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책 속에선 사기수법 중 하나인 속임수 양초가 등장한다. 속임수 양초는 양초의 아래 부분에만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향이나 고인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추가해서 양초가 어느 정도 타고 나면 죽은 자를 소환하는 단계와 향이 추가된 양초가 타는 시간을 잘 맞추어 죽은 자가 방에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사기 수법 중 하나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보델린과 레나의 애정 전선이 굳이 필요했나 싶기는 하지만 저자의 전작(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해 독약을 제조해준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고나니 이건 '유령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야기'인가 싶기도. (아..오해금지를 위해 한마디 - <블라이 저택의 유령>과 이 책을 비교할 건 아니다. 그저 <블라이 저택의 유령>을 보고 난 여운이 아직 남아서 이 말을 써먹어보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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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들
도로테 드 몽프레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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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사랑스런 그림책!이다. 각기 종이 다른 강아지 아홉마리가 제이콥 삼촌의 100세 생일 파티 초대장을 받고 파리에 있는 삼촌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삼촌 집을 찾아가기까지 길을 잃고 여기저기 헤매게 되는데 그러면서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독자에게 은근슬쩍 소개시켜주는 넘나 귀염뽀작한 그림책이다.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간 강아지들이 삼촌이 알려준 그로-까이유 16번지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로-까이유를 해석하면 큰 돌멩이라는 뜻이다. 가는 곳마다 '큰 돌멩이'를 찾는 강쥐들이 귀엽다. 생 라자르 기차역에서 내려서 몽마르트르의 아베스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데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아베스역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1900년에 파리 지하철이 처음 개통되었을 때 역 출입구의 설계를 엑토를 기마르가 맡았는데 역 입구 유리지붕 모양이 잠자리 날개 같다고 해서 '잠자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직까지 파리에 남은 이 잠자리 역이 두 개인데 그 중 하나가 아베스역이기 때문이다(사실 원래 오텔 드 빌 역에 있던 걸 옮긴 거지만).



그냥 아이들용 그림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아지들이 헤매는 장소들이 사실은 그냥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파리의 역사를 살펴보게끔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아~ 에펠탑이구나, 아 루브르구나 라고 넘어가지 말고 그 장소들이 왜 이곳에서 파리를 상징하게 되었는지 한번쯤 살펴본다면 훨씬 의미있는 그림책 읽기가 될 수 있다.


사랑스런 강아지들이 이동 경로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표시되어 있다. 생 라자르 기차역에서 내려서 몽마르트르 아베스역을 지나 사크레쾨르 대성당, 스트라빈스키 분수,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룩셈부르크 정원, 몽주시장을 거쳐 에펠탑까지. 그로-까이유 16번지는 에펠탑 근처에 있었다! 강아지들이 유람선을 타고 센강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지난 파리여행에서 보았던 강아지를 생각나게 했다. 파리에서는 공격성이 없는 강아지에게는 목줄을 매지 않아도 괜찮은 모양이다.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바라보는 파리 강아지라니.




드디어 삼촌 댁에 도착한 아홉마리의 강아지들. 삼촌을 위해 만들어 온 케이크를 도중에 다 먹어버린 강아지들이 가져 온 빈 상자를 보고도 슬리퍼를 넣을 상자가 필요했다며 좋아하는 삼촌도 엄지 척! 마지막에 강아지들과 삼촌 그리고 삼촌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다른 손님들은 신나게 파티를 즐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로-까이유에 큰 돌멩이는 없다는 사실!


그림책에 넘나 인상적이어서 아크카디아에서 나온 다른 그림책들이 있는 지 봤더니 어머낫! <모네의 고양이>와 <페페트의 초상화>라는 모두 파리와 주변이 배경일 것 같은 그림책이 똭!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놨다. 예술과 여행, 역사 등을 그림책에 이렇게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최애 그림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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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 사회주의 세상을 탐험하는 지적인 여성을 위한 안내서 - 버나드 쇼에게 쓰게 한 메리의 책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일기.김지연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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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 작품 중 이런 게 있었다는 것도 몰랐네요. 역시 알라딘 북펀드의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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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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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철 교수의 도시여행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첫번째는 '파리'였는데 파리의 역사는 다룬 책들이 많은데다 내가 애정하는 책들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어 '노르망디'로 시작해본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광범위한 역사서보다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책은 '도시여행자를 위한'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사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시각도 담겨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가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만큼의 수준이다.


   노르망디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마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데, 노르망디는 파리가 있는 일드프랑스와 인접해 있는데다 유명한 몽셸미셸이나 루앙, 옹플뢰르, 지베르니 같은 유명 관광지가 있어 파리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발을 들여놓았을법한 곳이다. 노르망디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굳이 세계2차대전이 아니라도 중세시대부터 부침이 많았던 지역이다. 특히 유럽이란 곳이 지금의 국가 형태로 완전히 분리되기 이전, 서로 뺏고 빼앗고 결혼으로 땅따먹기 하고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던 시기에 노르망디는 서로 탐내던 요새이자 물자 풍부한 알짜배기 땅이었던지라 잠시도 평화로운 풍경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르망디를 수도원, 역사, 예술, 해안도시, 평화, 미식으로 나누어 노르망디 구석구석을 풀어낸다. 사실 노르망디 내의 어느 지역이라도 위에서 언급한 카테고리 하나에만 해당하는 곳은 없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니 사연이 어디 한 두개이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가 한정된 시간으로 노르망디 지역을 둘러보고자 한다면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4월에 파리에 갔을 때 가보고 싶었던 장소들이 이제 보니 모두 노르망디 지역이었다. 가보지 못한 장소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달랠 수 있어서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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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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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나는 내가 작품 속 '모킹버드'의 뜻을 명확히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모킹버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앵무새'라고 번역되지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To kill a Mockingbird'가 원제이다) 사실은 '흉내지빠귀'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흉내지빠귀의 의미는 조금 있다가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작품의 배경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로봇과 AI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인간만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라 로봇들도 여기저기 고장나고 수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그냥 세상 자체가 종말적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 인구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고 읽고 배운다는 것이 뭔지 잊어버린지 오래이며 책도 세상에서 사라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인간은 그저 최면약과 대마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그런 삶이 지겨운 이들이 사방에서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가장 진화된 로봇인 메이크 나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스포포스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존재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로봇이다. 매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하지만 절대 옥상 끝까지 갈 수 없어 괴로워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로 스포포스 이외에 2명의 인간이 등장한다. 벤틀리와 메리 루인데, 벤틀리는 남아있는 인간 중 유일하게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스포포스의 눈에 띄게 되고 메리 루는 유일하게 불임 상태가 아닌 여자다. 이야기는 이렇게 세 존재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자 그럼, 모킹버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더 이상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감정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게 된 인간을 의미할 거라고 짐작해본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인 '숲 가장자리에서는 오직 흉내지빠귀만 노래를 한다'라는 표현은 앞서 말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한다. 숲 안쪽 깊은 곳에 들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탐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그저 숲 가장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흉내만 내는 존재임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꺼지란다고 꺼지는)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군상들의 존재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마우그레의 밸린 가족하며 마우그레에서 나올 때 탔던 생각버스의 텔레파시 같은 것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깊고 깊은 뜻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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