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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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간되지 않은 시리즈 앞에서 멈칫해 보아도 소용없다. 결국엔 읽게 되기 때문. 이번엔 '문 너머 시리즈'이다. 겨우 두 권만 번역되었지만 다행인 건 이미 작가는 8편을 완성했다는 것. 2016년부터 1년에 한 권씩 출간한다는데 2024년 책 제목도 나온 걸 보니 작가님이 무척 부지런하신 듯. 그러니 번역 출간하신 분도 얼른 얼른 출간해주시길 부탁드려본다. 판타지 좋아하시는 독자분들~ 틀림없이 재미있으니 꼭 많이 많이 읽어주셔서 후속편들이 출간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시리즈가 중간에 중단되는 것만큼 짜증나는 것 없으니까요.


   세계관이 독특하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되는 판타지는 그리 드물지 않으나 이건 그냥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입었거나 어른들에 의해 존재를 강요당한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진짜 본질에 맞는 세계로 넘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진짜 모습대로 살고 싶은 아이들은 그 문을 통과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많은 아이들이 다시 문을 통과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는데 그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와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다녀온 세계에 대한 갈망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동안 사라졌던 것이 그저 방황이나 납치 혹은 정신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엘리노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맡기고 아이들은 다시 자신들의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학교에 남는다.


   1권은 망자의 전당에 다녀온 낸시가 엘리노어의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들이 다녀온 세계는 로직이 지배하는 세계와 넌센스 세계, 페어리랜드 계열 등 다양하다. 서로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는 건 서로 다른 성향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러니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아이들끼리 잘 지내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균형있게 운영되던 학교에 어느 날 연쇄살인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좀 더 시끄러운 잡음이 시작된다.


   2권은 1권에서 등장한 잭과 질이라는 쌍둥이 자매가 어떻게 뱀파이어의 세계로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1권보다 시간상으로 더 과거 이야기인 셈. 1권 끝 무렵에서 잭이 자신이 죽인 쌍둥이 자매 질을 데리고 다시 문을 통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2권은 그들 이야기의 프리퀄인 듯 하다. 2권에서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넘어오는 것을 끝나는 걸로 봐서는 3권은 아마도 1권의 뒷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어른들이 강요하는 모습대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아이들로 치부되고 어른들에 의해 각종 상처와 아픔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세계로 가는 문을 발견한다는 세계관이 멋지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그런 문을 발견했다면 어떤 세계로 가는 문이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평범하지 않은 포털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받고 싶은 독자들은 간절이 원해야 한다. 그래야 문을 발견하게 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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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와 베타 (양장)
로저 젤라즈니 지음, 조호근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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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라딘 북펀드의 안목은! 그치만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적정가격 책정에 좀 신경을 써주셨으면. 그래도 좋은 책에 펀딩했고 흠집하나 없이 오늘 잘 받았으니 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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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산책하는 방법 -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한 첫걸음
마크 베코프 지음, 장호연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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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은 정말 좋은데, 번역 제목이 책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어쩔. 원제는 Canine Confidential : Why Dogs Do What They Do이다. 한마디로 말해 개가 하는 행동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개와 산책하는 것'은 그 중에 아주 일부분에 해당한다.


   나도 이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강아지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고 어떻게 뭘 해줘야 좋은 건지 끊임없이 궁금하다.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저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가 쓴 개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다. 개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어떤 부분은 명확하고 어떤 부분은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있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할 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나의 가족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저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개 산책 공원에 가서 개들을 관찰한다. 사실 외국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책 환경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평등한 관찰 결과가 도출될 수는 없지만 개에 대한 신화를 믿지 말라는 저자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의 반려자를 위한 온라인 카페가 무수히 많지만 막상 가입해보면 수많은 카더라와 근거도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걸 보게 된다. 저자는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개들도 마찬가지이며 그래서 개에 대한 신화를 맹신하는 것에 따른 위험을 경고한다. 나의 반려견은 나의 반려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다른 개들에게 맞는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제하면 안된다는 뜻.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반려견을 잘 이해하고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가장 관심있던 부분은 개와 노는 법, 개와 공감하는 법 그리고 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아는 법이다. 흔히 우리는 산책할 때 주도권을 반려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산책 시 만큼은 주도권을 반려견한테 주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다른 개들의 흔적에 코와 입을 갖다대고 끊임없이 킁킁대는 것을 못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 개의 코는 예술작품이란다. 개의 신체 기관 중 가장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개들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개들의 대화 수단을 차단하는 인간 중심의 행위라고 한다. 저자의 의견을 듣고 생각해보니 유명한 개 훈련사들이 사람이 산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인간을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지 결코 개를 위한 건 아니었다.


   개의 감정이나 생각을 우리가 완벽하게 알거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 나의 반려견을 행복하게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나의 소망은 정말이지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반려견이 목줄 없이 신나게 킁킁거리며 맘놓고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나를 나의 반려견이 좀 더 참아주길 바라며 이 책은 여러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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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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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는 여러번 읽었지만 새로운 판본이 나올때마다 그 미묘한 차이가 매력적이라 또 읽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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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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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너무 편집된 느낌이 날 때 원제를 찾아본다. 책에 독일어 원제가 쓰여있는데 딱 봐도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은 아니다. 원제를 직역하면 '녹색 쾌락주의자', 그러니까 환경을 위해 뭔가를 하긴 하는데 '금지나 고행'이 아니라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는거다. 하지만 여기서 책 제목을 녹색 쾌락주의자로 했었다간 아마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듯. 편집된 제목이 의외로 명쾌하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는 좀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아마도 현대인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인간들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멘트가 아닐까. 진짜 그럴 수 있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뭘 해야하지? 어벤저스를 부를 수 없는 우리는 대신 친환경, 자연친화적, 유기농이라는 그럴 듯 한 문구에 눈을 돌린다. 에코백을 메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마치 지구를 구한 것 마냥 도덕적 자기 합리화에 빠진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가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꺼내 하루종일 공짜 와이파이와 전기를 쓰고 아보카도를 곁들인 샐러드를 먹으면서 폭풍 검색과 온라인 쇼핑에 심취하는 그대. 인증샷도 잊지 않는다. 과연 이 사람의 탄소발자국은?


   저자는 거창하게 뭔가를 해야하는 노력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기라고 한다. 대신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데, 그것이 무엇을 사야하는 건 아니라는 것.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사는 대신 헤어드라이어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으로 만드는 향초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먹을거리도 비행기로 수만킬로를 이동해서 와야하는데다 기르는데 수억의 물이 필요한 아보카도는 안먹는게 좋지만 정 먹고 싶다면 어쩌다 한 번 캐비어를 먹는 듯한 기분으로 먹으라는 것. 게다가 수시로 바꿔대는 스마트폰과 혹해서 사지만 결국 폐기물로 전락하고 마는 하이테크 전자제품은 또 어떤가.


   책을 읽으면서 나를 거쳐간 수많은 물건들이 결국 쓰레기가 될 운명이었다는 사실에 좀 많이 괴로웠다. 며칠 전에 산 청바지 하나가 수많은 청바지 더미에서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는 듯 하다. 지구를 구하고 싶다면 적게 먹고 적게 사고 뭐든 적게 하면 된단다. 저자의 주장에 백퍼센트 공감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책 한 권을 통해 또 한번 나의 환경 양심을 모럴 해저드에서 건져 올린다. 덜 먹고 덜 사고 덜 하고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새 소비가 트렌드가 된 세상에서 소비하지 않으면서 삶의 즐거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는 각자 고민해야 할 숙제다.


   * 저자의 주장 중 재미있는 것 한가지 -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타는 여행객들에게 탄소상쇄 명목으로 일종의 기부금을 내게끔 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거 중세시대 교황청이 부실해진 재정을 보충하고자 팔았던 면죄부와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평생 나쁜 짓만 골라해도 면죄부를 사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탄소상쇄 인증서 하나로 맘껏 비행기를 타도 상관없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확대하면 아동 보호 프로젝트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부모는 자기 자식에 대한 구타를 상쇄하고 부부상담이나 성실한 배우자 관계를 장려하는 프로젝트에 기부를 하는 사람은 마음껏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그런 사고방식이란다.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되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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