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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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철 교수의 도시여행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첫번째는 '파리'였는데 파리의 역사는 다룬 책들이 많은데다 내가 애정하는 책들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어 '노르망디'로 시작해본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광범위한 역사서보다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책은 '도시여행자를 위한'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사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시각도 담겨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가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만큼의 수준이다.


   노르망디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마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데, 노르망디는 파리가 있는 일드프랑스와 인접해 있는데다 유명한 몽셸미셸이나 루앙, 옹플뢰르, 지베르니 같은 유명 관광지가 있어 파리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발을 들여놓았을법한 곳이다. 노르망디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굳이 세계2차대전이 아니라도 중세시대부터 부침이 많았던 지역이다. 특히 유럽이란 곳이 지금의 국가 형태로 완전히 분리되기 이전, 서로 뺏고 빼앗고 결혼으로 땅따먹기 하고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던 시기에 노르망디는 서로 탐내던 요새이자 물자 풍부한 알짜배기 땅이었던지라 잠시도 평화로운 풍경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르망디를 수도원, 역사, 예술, 해안도시, 평화, 미식으로 나누어 노르망디 구석구석을 풀어낸다. 사실 노르망디 내의 어느 지역이라도 위에서 언급한 카테고리 하나에만 해당하는 곳은 없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니 사연이 어디 한 두개이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가 한정된 시간으로 노르망디 지역을 둘러보고자 한다면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4월에 파리에 갔을 때 가보고 싶었던 장소들이 이제 보니 모두 노르망디 지역이었다. 가보지 못한 장소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달랠 수 있어서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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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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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나는 내가 작품 속 '모킹버드'의 뜻을 명확히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모킹버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앵무새'라고 번역되지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To kill a Mockingbird'가 원제이다) 사실은 '흉내지빠귀'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흉내지빠귀의 의미는 조금 있다가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작품의 배경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로봇과 AI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인간만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라 로봇들도 여기저기 고장나고 수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그냥 세상 자체가 종말적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 인구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고 읽고 배운다는 것이 뭔지 잊어버린지 오래이며 책도 세상에서 사라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인간은 그저 최면약과 대마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그런 삶이 지겨운 이들이 사방에서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가장 진화된 로봇인 메이크 나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스포포스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존재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로봇이다. 매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하지만 절대 옥상 끝까지 갈 수 없어 괴로워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로 스포포스 이외에 2명의 인간이 등장한다. 벤틀리와 메리 루인데, 벤틀리는 남아있는 인간 중 유일하게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스포포스의 눈에 띄게 되고 메리 루는 유일하게 불임 상태가 아닌 여자다. 이야기는 이렇게 세 존재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자 그럼, 모킹버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더 이상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감정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게 된 인간을 의미할 거라고 짐작해본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인 '숲 가장자리에서는 오직 흉내지빠귀만 노래를 한다'라는 표현은 앞서 말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한다. 숲 안쪽 깊은 곳에 들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탐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그저 숲 가장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흉내만 내는 존재임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꺼지란다고 꺼지는)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군상들의 존재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마우그레의 밸린 가족하며 마우그레에서 나올 때 탔던 생각버스의 텔레파시 같은 것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깊고 깊은 뜻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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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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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가족의 특별한 여행기가 있다. 모모 파밀리아라고 해서 처음엔 외국 작가인 줄 알았는데 두 아이의 이름에 '모'가 들어가 모모, 그리고 패밀리의 라틴어 어원인 파밀리아를 합쳐 만든 필명이었다. 그러니까 온 가족이 함께 쓴 여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엄마와 아빠는 이 특별한 여행을 위해 10년을 계획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돈을 모았고 (사실 엄마가 유명한 사교육 강사였다고 하니 그럴 수 있다) 아빠는 대기업을 다니는데 이 여행을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드디어 130일간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로 유럽 24개국을 여행하며 책장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유럽의 도서관들과 서점을 향한 130일간의 러브레터라고 보면 되겠다. 절대 쉽게 결심할 수 없고 실행에 옮기기도 어려운 일을 10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루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게다가 여행 당시 아이들은 5학년과 2학년. 130일을 책과 함께 하는 여정을 엄마아빠와 함께 했다는 것이 기특하다. 단순히 도서관과 서점들을 방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동안 온 가족이 주제 글쓰기를 하고 같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모모 가족이 다녀온 도서관과 서점들이 나라별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들도 꽤 많이 있어 시각적으로도 지루함 없이 재미나게 이 가족을 따라다닐 수 있었다. 다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검색하면 나올 듯한 이야기 말고 그저 외적인 풍경 말고 마음에 드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하루종일 진을 치고 앉아 책에 푹 빠지고 싶은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온 가족이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 스케줄 상 그러기는 어려웠던 듯 하다. 약간 도장깨기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마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책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의 말미에는 아이들의 주제 글쓰기가 실려있다. 30초도 집중하기 어렵다는 요즘 아이들, 숏츠나 영상에 함몰되어 문해력이 엉망이라는 아이들, 콜포비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상대방과 이야기 하는 걸 꺼려하는 아이들. 사실 아이들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에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 독서와 글쓰기만한게 있을까. 그래, 그것만 꾸준히 하자, 하던대로. 요즘 책태기가 와서 멍한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모모 파밀리아의 책장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뭔가 기운이 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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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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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코난 도일하면 당연히 <셜록 홈즈> 시리즈가 먼저 떠오른다. 홈즈 시리즈 이외에 다른 책을 집필한 적이 있다는 건 상상도 안된다는 듯이. 하지만 코난 도일도 홈즈시리즈에 질려 홈즈를 죽여버리게 되는데 그렇더라도 미스터리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나보다.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은 셜록 홈즈가 이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집필했던 것으로 보아 홈즈 이외의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여기 수록된 단편들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번역되었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다.


   이야기는 단편임에도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첫번째 파트는 선상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고 두번째 파트는 악명 높은 해적이었던 샤키 선장에 관한 단편들이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이것 역시 추리물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오히려 '서프라이즈'식 이야기에 가깝다. 결말을 읽고 보면 의구심이 풀리는 이야기도 있고 미스터리한 채로 마무리 되는 오컬트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오랜만에 이런 클래식한 미스터리물을 읽으니 신선하기는 했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역시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인가? 라는 생각이..)


   샤키 선장 시리즈는 해적이 유럽 해상 강국들의 비호를 받으며 약탈행위를 일삼았던 시대보다 한 시대 정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는 작품 속에서 그 시절의 해적들은 나름의 규칙이 있고 나라를 위한 사명감도 있었지만 이 시대의 해적들은 진짜 양아치에 악질들이라고 언급하는데 그 중에 특히 악명 높았던 해적으로 샤키 선장을 꼽는다. 뭔가 피터팬의 후크 선장이 생각나는 스토리다. 국내 미출간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을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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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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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에 쇼핑을 줄여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옷과 신발, 가방을 구입하지 않은 날에 매일 만원씩 저금하는 것으로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저금액을 보면 그래도 쇼핑 품목이 20개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여름이라 티셔츠 한 장, 휴가 가야 하니 반바지 하나 사야지라는 생각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른다. 티셔츠가 없어서? 반바지가 없어서? 옷장에 옷이 차고 넘치지만 매일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냐고 불평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가 아니라 '새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차 새 옷을 구입하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 옷이 필요한 경우 중고거래로 구입하거나 새 옷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자신들이 안입게 된 옷을 받기도 하는데, 옷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스타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방면에서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의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쇼핑좀비라고 할 정도로 쇼핑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노동력 착취와 환경오염에 대한 무감각이 주된 이유이다. 패션업계의 현실에 대한 고발에 각종 참고자료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도 한 명품회사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여전히 그 매장의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 있을 것이다.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들 중 가장 많은 탄소배출을 하는 것이 바로 의류업계라고 한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어마어마한 재고는 소각되면서 엄청난 오염을 만들어내고 섬유쓰레기들은 비서구 국가에 여과없이 버려져 소가 여물대신 섬유조각을 씹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재활용'에 대한 부분에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이 왔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옷을 만든다고 해서 친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언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재활용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은 피할 수 없다. 폐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구입한다고 해서, 에코백을 구입했다고 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주장하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수중에 있는 물건을 되도록 오랫동안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제로웨이스트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는 것을 멈추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물론 혼자서 쇼핑을 멈추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한 번쯤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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