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강아지들
도로테 드 몽프레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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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사랑스런 그림책!이다. 각기 종이 다른 강아지 아홉마리가 제이콥 삼촌의 100세 생일 파티 초대장을 받고 파리에 있는 삼촌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삼촌 집을 찾아가기까지 길을 잃고 여기저기 헤매게 되는데 그러면서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독자에게 은근슬쩍 소개시켜주는 넘나 귀염뽀작한 그림책이다.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간 강아지들이 삼촌이 알려준 그로-까이유 16번지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로-까이유를 해석하면 큰 돌멩이라는 뜻이다. 가는 곳마다 '큰 돌멩이'를 찾는 강쥐들이 귀엽다. 생 라자르 기차역에서 내려서 몽마르트르의 아베스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데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아베스역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1900년에 파리 지하철이 처음 개통되었을 때 역 출입구의 설계를 엑토를 기마르가 맡았는데 역 입구 유리지붕 모양이 잠자리 날개 같다고 해서 '잠자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직까지 파리에 남은 이 잠자리 역이 두 개인데 그 중 하나가 아베스역이기 때문이다(사실 원래 오텔 드 빌 역에 있던 걸 옮긴 거지만).



그냥 아이들용 그림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아지들이 헤매는 장소들이 사실은 그냥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파리의 역사를 살펴보게끔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아~ 에펠탑이구나, 아 루브르구나 라고 넘어가지 말고 그 장소들이 왜 이곳에서 파리를 상징하게 되었는지 한번쯤 살펴본다면 훨씬 의미있는 그림책 읽기가 될 수 있다.


사랑스런 강아지들이 이동 경로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표시되어 있다. 생 라자르 기차역에서 내려서 몽마르트르 아베스역을 지나 사크레쾨르 대성당, 스트라빈스키 분수,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룩셈부르크 정원, 몽주시장을 거쳐 에펠탑까지. 그로-까이유 16번지는 에펠탑 근처에 있었다! 강아지들이 유람선을 타고 센강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지난 파리여행에서 보았던 강아지를 생각나게 했다. 파리에서는 공격성이 없는 강아지에게는 목줄을 매지 않아도 괜찮은 모양이다.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바라보는 파리 강아지라니.




드디어 삼촌 댁에 도착한 아홉마리의 강아지들. 삼촌을 위해 만들어 온 케이크를 도중에 다 먹어버린 강아지들이 가져 온 빈 상자를 보고도 슬리퍼를 넣을 상자가 필요했다며 좋아하는 삼촌도 엄지 척! 마지막에 강아지들과 삼촌 그리고 삼촌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다른 손님들은 신나게 파티를 즐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로-까이유에 큰 돌멩이는 없다는 사실!


그림책에 넘나 인상적이어서 아크카디아에서 나온 다른 그림책들이 있는 지 봤더니 어머낫! <모네의 고양이>와 <페페트의 초상화>라는 모두 파리와 주변이 배경일 것 같은 그림책이 똭!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놨다. 예술과 여행, 역사 등을 그림책에 이렇게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최애 그림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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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 사회주의 세상을 탐험하는 지적인 여성을 위한 안내서 - 버나드 쇼에게 쓰게 한 메리의 책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일기.김지연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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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 작품 중 이런 게 있었다는 것도 몰랐네요. 역시 알라딘 북펀드의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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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를 위한 노르망디×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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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철 교수의 도시여행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첫번째는 '파리'였는데 파리의 역사는 다룬 책들이 많은데다 내가 애정하는 책들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어 '노르망디'로 시작해본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광범위한 역사서보다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책은 '도시여행자를 위한'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사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시각도 담겨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가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만큼의 수준이다.


   노르망디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마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데, 노르망디는 파리가 있는 일드프랑스와 인접해 있는데다 유명한 몽셸미셸이나 루앙, 옹플뢰르, 지베르니 같은 유명 관광지가 있어 파리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발을 들여놓았을법한 곳이다. 노르망디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굳이 세계2차대전이 아니라도 중세시대부터 부침이 많았던 지역이다. 특히 유럽이란 곳이 지금의 국가 형태로 완전히 분리되기 이전, 서로 뺏고 빼앗고 결혼으로 땅따먹기 하고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던 시기에 노르망디는 서로 탐내던 요새이자 물자 풍부한 알짜배기 땅이었던지라 잠시도 평화로운 풍경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르망디를 수도원, 역사, 예술, 해안도시, 평화, 미식으로 나누어 노르망디 구석구석을 풀어낸다. 사실 노르망디 내의 어느 지역이라도 위에서 언급한 카테고리 하나에만 해당하는 곳은 없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니 사연이 어디 한 두개이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가 한정된 시간으로 노르망디 지역을 둘러보고자 한다면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4월에 파리에 갔을 때 가보고 싶었던 장소들이 이제 보니 모두 노르망디 지역이었다. 가보지 못한 장소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달랠 수 있어서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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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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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나는 내가 작품 속 '모킹버드'의 뜻을 명확히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모킹버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앵무새'라고 번역되지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To kill a Mockingbird'가 원제이다) 사실은 '흉내지빠귀'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흉내지빠귀의 의미는 조금 있다가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작품의 배경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로봇과 AI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인간만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라 로봇들도 여기저기 고장나고 수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그냥 세상 자체가 종말적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 인구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고 읽고 배운다는 것이 뭔지 잊어버린지 오래이며 책도 세상에서 사라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인간은 그저 최면약과 대마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그런 삶이 지겨운 이들이 사방에서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가장 진화된 로봇인 메이크 나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스포포스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존재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로봇이다. 매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하지만 절대 옥상 끝까지 갈 수 없어 괴로워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로 스포포스 이외에 2명의 인간이 등장한다. 벤틀리와 메리 루인데, 벤틀리는 남아있는 인간 중 유일하게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스포포스의 눈에 띄게 되고 메리 루는 유일하게 불임 상태가 아닌 여자다. 이야기는 이렇게 세 존재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자 그럼, 모킹버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더 이상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감정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게 된 인간을 의미할 거라고 짐작해본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인 '숲 가장자리에서는 오직 흉내지빠귀만 노래를 한다'라는 표현은 앞서 말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한다. 숲 안쪽 깊은 곳에 들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탐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그저 숲 가장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흉내만 내는 존재임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꺼지란다고 꺼지는)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군상들의 존재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마우그레의 밸린 가족하며 마우그레에서 나올 때 탔던 생각버스의 텔레파시 같은 것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깊고 깊은 뜻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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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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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가족의 특별한 여행기가 있다. 모모 파밀리아라고 해서 처음엔 외국 작가인 줄 알았는데 두 아이의 이름에 '모'가 들어가 모모, 그리고 패밀리의 라틴어 어원인 파밀리아를 합쳐 만든 필명이었다. 그러니까 온 가족이 함께 쓴 여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엄마와 아빠는 이 특별한 여행을 위해 10년을 계획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돈을 모았고 (사실 엄마가 유명한 사교육 강사였다고 하니 그럴 수 있다) 아빠는 대기업을 다니는데 이 여행을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드디어 130일간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로 유럽 24개국을 여행하며 책장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유럽의 도서관들과 서점을 향한 130일간의 러브레터라고 보면 되겠다. 절대 쉽게 결심할 수 없고 실행에 옮기기도 어려운 일을 10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루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게다가 여행 당시 아이들은 5학년과 2학년. 130일을 책과 함께 하는 여정을 엄마아빠와 함께 했다는 것이 기특하다. 단순히 도서관과 서점들을 방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동안 온 가족이 주제 글쓰기를 하고 같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모모 가족이 다녀온 도서관과 서점들이 나라별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들도 꽤 많이 있어 시각적으로도 지루함 없이 재미나게 이 가족을 따라다닐 수 있었다. 다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검색하면 나올 듯한 이야기 말고 그저 외적인 풍경 말고 마음에 드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하루종일 진을 치고 앉아 책에 푹 빠지고 싶은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온 가족이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 스케줄 상 그러기는 어려웠던 듯 하다. 약간 도장깨기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마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책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의 말미에는 아이들의 주제 글쓰기가 실려있다. 30초도 집중하기 어렵다는 요즘 아이들, 숏츠나 영상에 함몰되어 문해력이 엉망이라는 아이들, 콜포비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상대방과 이야기 하는 걸 꺼려하는 아이들. 사실 아이들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에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 독서와 글쓰기만한게 있을까. 그래, 그것만 꾸준히 하자, 하던대로. 요즘 책태기가 와서 멍한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모모 파밀리아의 책장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뭔가 기운이 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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