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서양 건축 여행
스기모토 다쓰히코나가오키 미쓰루.가부라기 다카노리 외 지음, 고시이 다카시 그림, 노경아 / 어크로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물만큼 특정 시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산으로 분류되어 보존되기도 하고 반대로 건축물이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해 파괴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먼거리를 마다 않고 여행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성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대상을 보면 자연스레 끌리기도 하지만 아름다움에 더해 건축물은 무엇보다 역사, 즉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의 대표 건축물 69곳을 선정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고 어떤 방식으로 건축되었는지, 왜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지, 어떻게 시대를 반영하거나 앞서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시기를 나누어 특정 시기에 치우치지 않음으로 건축이 어떻게 역사의 흐름과 함께 했는지에 방점을 두었고 건축에 문외한인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여 어려운 건축 용어에 대한 시각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흐름을 따라가면서 읽다보면 전문적인 건축 방식은 온전한 이해가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시대별 특징이 건축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수많은 예술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대였다. 이러한 현상이 건축물에서는 '숫자적 완전성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감각'으로 나타난다. 즉 균형과 비례를 맞춘 후 그것을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 (인간의 눈은 착시를 일으킨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마치 포토샵을 하듯 후보정을 했다는 뜻이다. 중세는 흔히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우지만 건축물에서만큼은 예외로 해야 할 듯 하다. 글을 모르는 몽매한 대중을 세뇌시키고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려한 건축물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박해받던 기독교가 널리 퍼지고 성지순례 열풍이 일어난 시대였던만큼 너도나도 경쟁하듯 성당을 건축하였는데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여 지어진 성당에는 순례자들이 예식을 방해하지 않고 교회당을 둘러볼 수 있도록 회유 동선이 추가된 형태를 갖는다. 이외에도 비례와 균형을 중시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 절대왕조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궁정과 별장들,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에 대한 반감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건축물의 등장, 장식성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특징으로 삼은 시대의 건축물 등을 통해 어떻게 건축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건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비록 획일적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먼 훗날 누군가가 이 시대를 특징하는 건축물로 어떤 것을 꼽을 지 궁금하다. 21세기를 사는 인류의 본성과 이상이 반영된 건축물이 훗날 미래의 세대에게 어떤 식으로 읽히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